지난 일요일 엄마의 생일을 맞아 외가와 친가 직계 친척들이 두루 모였다. 그리고 비교적 값이 나가는 점심상을 함께했다. 보통 케이크에 촛불 후 끄는 걸로 대신한 소박한 생일상이었다지만 올해는 조금 특별했다. 우리 나이로 예순 하나, 그러니까 환갑을 맞은 엄마. 기억을 더듬어보니 어릴 적 부모님과 함께 어르신들 환갑잔치에 꽤나 다녔던 같다.
그때마다 마주한 그림은 한복 입은 사람들에 북 치고 장구 치고 마이크 쥔 가수들에 결혼식 피로연과 같은 음식에 피날레는 수건… 성함 석 자에 축 환갑에 기념하는 날짜를 팍 찍어 왜 그렇게 수건을 나눠줬던 걸까.
환갑이라는 말 뒤에 잔치가 붙은 건 아마도 수명이 지금보다 짧았던 옛 시절로부터 비롯되었을 터, 정말이지 엄마를 보니 그랬다. 양장을 차려 입고 간만에 미용실 들러 머리하고 인형처럼 속눈썹까지 붙인 채 식당으로 들어선 엄마가 퍽이나 젊어 보였던 까닭이다.
달아 달아 밝은 달아 달타령이라도 불러줘도 시원찮을 통에 손자는커녕 사위는커녕 결혼한 동생들 틈에 잠 못 자 퀭한 눈으로 앉아 있는 내가 엄마는 연신 신경이 쓰인 모양이었다. 밥 먹는 내내 다크 서클에 좋다는 음식 좀 사 먹어라 잔소리를 늘어놓았으니 말이다. 모름지기 효도란 뭘까, 어떻게 하면 효녀로 길이 남을 것인가. 엄마, 그래도 이혼하고 친정에 기숙하는 딸 아닌 게 어디야. 아뿔싸 이놈의 입 방정, 그러니 내가 불효녀 소리를 듣나 보다.
김민정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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