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6년 2월 28일 밤 스웨덴 스톡홀름. 부인과 함께 영화를 보고 귀가하던 올로프 팔메(당시 49세) 스웨덴 총리가 괴한의 총에 맞아 숨졌다. 격식을 싫어하던 팔메 총리는 평소처럼 경호원 없이 외출했다가 변을 당했다. 이후 130여명이 범인을 자처했지만 진범은 확인되지 않았다.
문명국 정부 수반이 목격자 하나 없이 살해된 이 전대미문의 미스터리를 풀 작은 실마리가 26년 만에 발견됐다. 최근 영국에서 발생한 또 다른 변사 사건이 그 단서다. 영국 언론에 따르면 지난달 자택에서 약물 과다 복용으로 숨진 채 발견된 영국 최고 여성 갑부 에바 라우싱이 죽기 전 팔메 총리 사건 정보를 외부에 알리려 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보도에 따르면 라우싱은 지난해 6월 팔메 총리 사건을 추적하던 저술가 군나르 발에게 편지를 보내 "팔메 총리가 사업에 방해되는 것을 염려한 기업가에 의해 살해됐다"고 주장했다. 라우싱은 편지에서 "내 남편이 우연히 그런 사실을 알게 됐다"고 밝혔다. 라우싱은 관련 내용을 스웨덴 수사기관에 제보했고 라우싱 변사 직후 그의 소지품을 수색한 영국 경찰도 컴퓨터에서 관련 내용을 발견한 것으로 알려졌다.
라우싱 사망 사건이 팔메 총리 사건과 연관됐을 수 있다는 정황도 나왔다. 라우싱은 발에게 보낸 편지에서 "내가 갑자기 죽으면 사건을 반드시 조사해 달라"며 "나도 이 얘기가 농담이길 바란다"고 했다. 발은 언론 인터뷰에서 "라우싱의 얘기를 처음 들었을 때 심각하게 생각하지 않았지만 얼마 전 그의 죽음 소식을 듣고 내가 그의 주장을 과소평가했다는 것을 깨달았다"고 말했다.
그러나 기업인이 팔메 총리를 살해했다는 증거가 없고 관련 내용을 증언할 라우싱마저 사망해 이 사건은 또다른 음모론으로 남을 공산이 크다.
이영창기자 anti092@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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