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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영식의 세상만사] 이승만과 홍순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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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영식의 세상만사] 이승만과 홍순칠

입력
2012.08.29 12: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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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도 문제를 생각하며 이승만과 홍순칠의 대공(大功)을 떠올린다. 이 전 대통령에 대한 역사적 평가는 크게 엇갈리지만, 적어도 독도 문제에서는 공이 압도적이다. 한국의 첫 국제법 박사인 그의 국제정치 감각은 1952년 1월18일의 '평화선'선포, 즉 '대한민국 인접해양의 주권에 대한 대통령 선언'으로 제 빛을 발했다.

6ㆍ25 와중에서 나온 '평화선'은 당시까지 일본 어선의 한국 연안 출어와 남획을 막아온 '맥아더 라인'을 대체할 해양경계선으로 고안됐다. 그 해 4월 제2차 세계대전 연합국의 대일 강화조약인 샌프란시스코 평화조약의 발효로 '맥아더 라인'은 폐기될 운명이었고, 일본과 외교관계가 없는 한국으로서는 일본 어선의 한국 연안 출어를 막을 장치가 없었다. 그에 따른 자구적 해양주권 선언이 '평화선'의 선포였다.

그러나 '평화선' 안에 독도가 들어간 데 대한 일본의 항의와 한국의 반박으로 이뤄진 '제1차 독도논쟁'이 62년까지 이어졌듯, 이 전 대통령이 독도 영유권을 의식했을 가능성은 크다. 앞서 샌프란시스코 평화조약 문안 작성 과정에서 한동안 독도가 울릉도와 제주도, 거문도와 함께 한국 귀속 대상으로 명기됐다가 잠시 일본 귀속 대상으로 뒤집히고, 최종적으로는 명기 대상에서 빠졌다. 독도를 조약에 명기하기 위한 외교노력이 미국이 주도한 회색 태도에 가로막힌 순간 이 전 대통령은 선제적 조치를 택해야 했다.

물론 독도의 한국 귀속이 평화조약에 명시되지 않았다고 해서 연합국이 독도의 일본 귀속을 지지했다고 해석할 수는 없다. 다만 깔끔하게 문제를 매듭지을 기회를 놓쳤다는 점에서 이 전 대통령의 낙담은 컸을 것이다. 따라서 '평화선'은 '맥아더 라인'을 대체하는 동시에 '평화조약 명기'의 대안이기도 했다.

'평화선' 선포는 1905년 1월28일의 '시마네(島根)현 고시'에 의한 일본의 일방적 독도 편입에 대한 한국측의 첫 공식 항의로서 고시의 법적 효력을 깼다. '편입'에 대한 한국의 공식 항의나 반대가 없어 '묵인(默認)'이 이뤄졌다는 게 일본의 오랜 주장이다. 그러나 1905년 11월의 을사보호조약에 앞서 1904년 2월의 한일의정서 체결로 실질적 외교권을 잃었던 엄연한 사실(史實)에 비추어 대한민국 정부 수립, 최소한 해방 때까지는 일종의 '시효 중단' 상태였다고 보아 마땅하다.

그런데 영유권 문제를 두고 아무리 역사적 권원을 다투고 국제법적 논쟁을 벌여봐야 일방이 주장을 포기하지 않는 한 평행선만 긋는다. 또 어느 한쪽이 논리적 우위에 서더라도 그 결과를 강제할 수단이 마땅찮다. 오히려 논쟁 이전에 실제로 누가 땅을 깔고 앉아있는지가 현실적으로 커다란 의미를 갖는다. '평화선'은 처음에는 독도의용수비대, 나중에는 경찰이 독도에 상주할 수 있었던 근거라는 점에서 무엇보다 의미가 크다.

이는 흔히 말하는 '실효적 지배'와는 또 다른 문제다. 일반적 오해와 달리 실효적 지배는 시설물 설치를 늘리고, 행정적 조치를 누적한다고 굳어지는 게 아니다. 실효적 지배에 의한 권원의 응고는 어디까지나 평화적이고, 공공연하고, 반론이 없어야 한다는 등의 요건을 갖춰야 한다. 이런 점에서 독도를 두고 '실효적 지배'논의를 거듭하는 것은 별 소용이 없다.

주지하듯 '평화선'에 근거해 독도를 실제로 깔고 앉아 일본의 침탈로부터 지킨 것은 53년 4월 울릉도 청년 45명으로 조직된 독도의용수비대였다. 홍순칠이 이끈 수비대는 그 해 6월 일본 실습선의 접근을 막은 것을 시작으로 일본 해상보안청 순시선과 잇따라 전투를 벌여 격퇴하는 등의 성과를 올렸다. 56년 말 경찰대에 임무를 넘기기까지 독도를 지켜냄으로써 이후의 '독도 수호' 체계가 굳어질 수 있었다. 독도 동도 절벽에 '한국령'이란 글자를 새긴 것도 이들이다.

일본의 독도 소동조차 느긋하게 내려다볼 수 있게 한 이 전 대통령과 홍 전 수비대장에 다시 고개를 숙인다.

황영식 논설위원 yshwa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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