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방부는 18대 국회에서 폐기됐던 군상부지휘구조 개편안, 즉 국군조직법 개정안을 19대 국회에 다시 상정하기 위해 14일 국무회의를 거쳐 조만간 국회로 제출할 계획이라고 한다. 국군조직법 개정안이 18대 국회에서 폐기된 것을 두고 국방부는 야당의 당리당략에 의한 반대와 여당의 미온적 태도 때문으로 이해하고 있는 듯하다.
그러나 실상을 보면 국군조직법을 비롯한 5건의 국방개혁 관련 법안들은 18대 국회에서 심도 있는 검토 과정들을 거쳤음을 밝혀두고 싶다. 2차례에 걸친 공청회와 개별 의원실 주관의 공개ㆍ비공개 토론회 그리고 의원 개개인에 대한 대면 설명 등이 이루어졌고 치열한 논쟁도 있었다.
이 과정에서 특히 육군 장성 출신 의원들 다수가 분명한 반대 입장에 있었으며, 야당 의원들과 일부 여당의원들도 개편안의 문제점을 이해하고 국군조직법이 개정되어서는 안 된다는 인식이 확산돼 결국 폐기처분 됐던 것이다.
국방개혁이라는 구실을 등에 업고서도 국회에서 지지를 얻지 못한 것은 합참의장에게 과도한 권한이 집중되는 문제, 각군 총장 중심의 작전수행으로 합동성이 오히려 약화되는 모순, 옥상옥의 지휘구조, 지휘통제계통의 일관성 결여, 연합작전체계의 혼란 등 수많은 문제들이 지적되었기 때문이었다.
그동안 제기되었던 여러 반대의견들을 수렴하는 과정도 공감대 형성을 위한 노력도 없이 단지 몇 가지 문구만 바로잡는 수준에서 다시 추진하겠다고 한다.
달라진 것이 있다면 18대 국회 때는 5가지 법률안을 함께 제출했던 것을 이번에는 국군조직법 개정안 한 건만 제출한다는 것인데, 그렇게 해도 문제의 핵심인 군 지휘구조에는 아무런 변화도 없으며 일종의 눈속임에 불과한 것이다.
예를 들면 5가지 법안 중 국방대 설치법을 개정해 합동참모대학을 폐지하고 합동군사대학을 창설하겠다는 내용이 있었는데, 법률을 개정하지 못했음에도 합동군사대학은 작년 12월에 이미 창설됐다. 또한 사관학교 설치법을 고쳐 3군 통합교과과정을 운영하겠다던 법률안은 폐기됐지만 3군 통합 교과과정은 이미 운영되고 있다.
이와 같이 일부 법안들은 눈속임으로 감춰두고 문제의 핵심인 국군조직법 개정안만 다시 제출하겠다는 것인데 19대 국회라고 그간의 경과를 모를 리 없고 이 법안의 문제점들을 모르는 척 통과시킬 수는 없을 것이다.
개정안의 내용은 차치하고라도 시기적으로도 이 법안이 지금 통과되어서는 안 된다. 법률이 개정되고 개정된 법률에 따라 지휘구조를 바꾸려면 추가로 검토하고 조치해야할 사항들이 대단히 복잡하고 다양하다. 직제령, 부대령을 비롯한 여러 대통령령으로 부터 국방부령과 각 군 본부 및 예하부대들의 제반 규정 등이 단계적으로 개정돼야 할 것이며 각종 작전계획들도 전면 수정돼야 한다. 새로운 지휘통제 체제에 맞도록 지휘·통제·통신체제도 갖추어야할 것이며 그에 대한 운용 절차도 새로이 정립돼야 한다. 뿐만 아니라 이러한 조치를 위한 예산도 반영되어있지 않다. 이 모든 일들을 한 두 달 사이에 마칠 수는 없는 것이고 결국 모든 후속조치는 다음 정부로 넘어갈 수밖에 없을 것이다.
새로운 정부가 들어서면서 새로운 정책 구상 보다 지난 정부에서 저질러 놓은 잘못된 정책에 대한 뒤치다꺼리나 하라는 말밖에 안 된다.
이런 측면에서 보더라도 군상부지휘구조 개편 문제는 반드시 다음 정부로 넘겨져야 한다.
차기 정부에서도 군상부지휘구조와 관련해서는 우선 현 지휘체제가 법률을 개정해 근간을 뒤집어야할 만큼 큰 문제가 있는 것인지 부터 객관적이고 전문적인 검토가 이루어져야할 것이며 그에 대한 공감대가 형성 되어야만 어떤 지휘체계가 우리군의 특성과 우리의 안보현실에 적합할 것인지를 검토할 수 있을 것이다.
이러한 과정은 1~2년의 단기간에 이루어질 수 있는 것이 아니며 우리 군이 안정된 가운데 전시작전통제권전환 등 핵심 과제들을 성실히 이행하면서 장기적인 관점에서 연구해 나가야 할 문제이다.
이한호 전 공군참모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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