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과 일본이 또다시 외나무 다리에서 얄궂게 만났다. 런던올림픽 남자 축구의 동메달 결정전이 열린 지 3주도 지나지 않은 시점이라 더욱 관심을 끈다. 런던에서 일본으로 무대가 옮겨졌고, 무대는 국제축구연맹(FIFA) 20세 이하 여자 월드컵이다.
한국여자청소년대표팀은 30일 오후 7시30분(한국시간) 일본 도쿄 국립경기장에서 열리는 8강전에서 일본과 맞붙는다. 정성천 감독이 이끄는 20세 이하 대표팀은 복수전을 벼르고 있다. 한국은 지난해 베트남에서 열린 아시아축구연맹(AFC) 19세 이하 선수권에서 일본에 1-3으로 패했다. 20세 이하 대표팀간 상대 전적에서도 1무4패로 밀리고 있다. 유일한 무승부도 2007년 AFC 선수권 준결승전에서 0-0으로 비긴 것이다. 결국 한국이 승부차기 끝에 5-6으로 패한 터라 사실상 5전 전패라 볼 수 있다.
그러나 여자 청소년대표팀은 올림픽에서 일본에 완승을 거둔 남자 축구의 여세를 몰아 승전고를 울릴 준비를 하고 있다. 정성천 감독은 "홈팀 일본이 우리보다 부담이 더 클 것이다. 지난해 AFC선수권에서 패하긴 했지만 우리 선수들 기량이 그 동안 많이 발전했다"며 "우리는 피지컬 면에서 일본보다 앞서고 정신력도 강하다. 일본을 철저히 분석해 작전을 다 만들어 놓았다"고 자신감을 드러냈다.
일본도 복수전 의미를 담고 있다. 올림픽 남자 축구의 빚을 갚으려는 일본은 "한 골도 내주지 않겠다"는 결사항전의 각오로 맞서고 있다. 요시다 히로시 일본 감독은 "선수들이 지기 싫어한다는 점은 확실하다. 한국이라고 특별히 다를 게 없다"고 강조했다. 일본은 조별리그에서 멕시코와 스위스를 상대로 4골씩 터트리는 등 폭발적인 공격력을 뽐내고 있다. 성인 여자대표팀 랭킹에서도 2위인 일본은 15위인 한국에 앞선다.
한국과 일본은 같은 숙소에서 껄끄러운 동거를 하고 있다. 친분이 있는 양국 선수들이 인사를 나누기도 하지만 일본은 식사 시간을 변경하는 등 한국과의 만남을 피하는 분위기다. 또 박종우(부산)의 '독도 세리머니' 논란과 이명박 대통령의 독도 발언으로 인해 양국의 관계가 경색된 가운데 일본은 군국주의를 상징하는 욱일승천기의 반입을 금지하는 등 조심스러운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전은하(강원도립대)와 다나카 요코(아이낙 고베)의 에이스 대결이 관심을 끈다. 이번 대회를 통해 주연으로 도약한 전은하는 3골을 기록 중이다. 다나카는 4골을 넣으며 득점 2위를 달리고 있다. 한국은 부상에서 회복 중인 여민지(울산과학대)도 투입할 계획이라 불꽃 튀는 맞불 전쟁을 예고하고 있다.
김두용기자 enjoysp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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