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전당대회는 50개주와 수도 워싱턴, 괌 푸에르토리코 버진아일랜드 등 속령에서 선출된 대의원들이 4년마다 모여 대통령 및 부통령 후보를 지명하는 대회다. 민주당은 미국령 사모아와 해외거주 대표까지 참여시킨다. 야당이 먼저 개최하는 관례에 따라 올해는 공화당 전당대회가 먼저 시작됐다. 전당대회는 또 당의 정강과 주요 선거공약을 채택하고 당의 단합을 대내외에 과시하는 자리이며 대선 승리를 위한 분위기를 고조시키는 장이다.
후보 지명을 위한 첫 절차는 참석자들이 지지 후보를 지명하고 재청하는 방식으로 5, 6명의 예비후보를 선출하는 것이다. 대의원들은 이어 앨라배마부터 와이오밍주까지 알파벳 순으로 예비후보를 상대로 투표에 들어간다. 과반수 이상 득표한 후보가 확정되면 노래와 환호성이 울려 퍼진다. 해당 후보는 마지막 날 공식후보 지명수락 연설로 전당대회 대미를 장식한다. 과거 밀실거래로 예상 밖의 후보(다크 호스)가 지명되던 것과 달리 요즘은 후보가 예비경선에서 사전 결정된다. 밋 롬니 공화당 후보의 경우 대의원 2,286명 가운데 과반수 이상을 벌써 확보했다.
이 때문에 181년 역사를 지닌 전당대회는 후보 선출보다는 후보를 알리는 이벤트로 성격이 변모했다. 전미선거연구(ANES)가 1948~2004년 대선을 조사한 결과, 유권자 대부분은 전당대회를 계기로 당 후보를 인지하고 지지후보를 결정했다. 1988년 선거 때는 유권자의 29%(2,630만명)가, 2004년에는 14%(1,810만명)가 전당대회 기간에 후보를 정했다.
정치에 무관심한 유권자들에게 후보에 대한 정보가 집중 제공되는 것도 전당대회의 효과다. 2000년 조지 W 부시 공화당 후보에게 밀리던 앨 고어 민주당 후보는 전당대회 직후 5% 포인트 앞서 나갔다. 일주일 새 무려 2,200만명을 지지자로 끌어들인 전당대회 효과 덕이었다. 2008년 전당대회에서 공화당 존 매케인의 후보지명 수락연설은 3,840만명, 민주당 버락 오바마의 후보 수락연설은 3,720만명이 지켜봤다.
워싱턴=이태규특파원 tg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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