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개인들이 국세청에 신고한 스위스 비밀계좌 금액이 1,000억원을 넘었다. 작년보다 14배 가까이 늘어난 것이다. 지난달 25일 발효된 스위스와의 금융정보 교환 협정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이는데, 국세청은 "해외계좌 신고가 아직도 미미한 수준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28일 국세청에 따르면 6월 한 달간 10억원 초과 해외금융계좌 신고를 접수한 결과, 총 652명이 5,949개 계좌에 18조6,000억원을 넣어둔 것으로 나타났다. 첫 신고를 받은 작년보다 인원이 24.2%, 액수는 61.8% 늘었다. 개인계좌는 302명이 1,059개 계좌에 2조1,000억원을, 법인계좌는 350개 법인이 4,890개 계좌에 16조5,000억원을 각각 신고했다.
특히 스위스 계좌 신고가 많이 늘었다. 액수는 작년 73억원에서 올해 1,003억원으로, 주식계좌 신고액은 2조5,000억원에서 9조2,000억원으로 급증했다. 신고자도 작년 5명 이하에서 올해 10명 정도로 늘었다. 국세청은 납세자 비밀보호를 위해 신고자 명단을 공개하지 않았으나, 재벌총수와 스포츠스타 등 유명인사들이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개인의 해외금융계좌는 입금액 50억원 이상인 경우가 22.8%나 됐다. 20억원 이하인 계좌는 47.7%였다. 법인은 50억원 이상이 48.6%를 점했다. 개인 계좌의 국가별 분포는 인원수 기준으로 미국(144명), 홍콩(36명), 일본(34명) 등의 순이었다. 금액으론 일본(9,188억원)이 단연 많았고, 미국(5,680억원)과 싱가포르(1,465억원)가 뒤를 이었다. 유형별 계좌 수는 예ㆍ적금이 94.5%로 압도적이었고, 금액 기준으론 주식(49.4%)과 예ㆍ적금(48.9%) 비중이 비슷했다.
해외 금융기관에 10억원이 넘는 현금이나 주식을 보유한 부자들은 서울 강남권에 몰려 있었다. 해외계좌 신고자를 관할 세무서 별로 살펴보면 서울 반포세무서(3,457억원)가 가장 많았고, 이어 삼성(2,374억원), 용산(2,129억원), 역삼(2,102억원), 송파(1,881억원), 서초(1,514억원), 종로(1,040억원) 등의 순이었다.
국세청은 이번에 해외금융계좌를 신고하지 않은 혐의자 41명에 대해 기획 점검에 착수하기로 했다. 한승희 국세청 국제조세관리관은 "앞으로 해외금융계좌 정보를 면밀히 분석해 미신고자를 적발하겠다"고 강조했다.
정영오기자 young5@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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