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 나쁜 남자 시리즈'가 인터넷 공간에서 제법 화제다. 룸살롱 출입 논란으로 비롯된 검증 공세를 비웃는 지지자들이 트위터 등에 잇달아 올린 댓글 모음이다. 이를테면 이렇다. "안철수, 부인과 존댓말 쓴다더니 가끔 반말 섞어 써" "안철수, 화장실에서 볼 일 보고 물 안 내린 적 있어" "안철수, 연구소 직원들 정시 퇴근 안 시켜." 썩 재미있는 건 없다. 그만큼 검증 시비가 하찮다는 얘기일 것이다.
■ 그런 가운데 눈길을 끈 글이 있다. "안철수, 길가는 여자 쳐다봐!" 우연찮게도 지미 카터 미 대통령이 1976년 대선 때 곤욕을 치른 화두와 닮았다. 남다른 도덕성과 정직성을 뽐내던 카터는 TV토론에선가 "아내가 아닌 다른 여자에게 욕정을 느낀 적이 있나"라는 질문을 받고는 곤혹스러운 듯 머뭇거리다 "예"라고 답했다. 언뜻 '마음속으로도 간음하지 말라'는 계율을 어긴 부도덕보다 '거짓말하지 말라'는 계율을 지킨 정직성에 고개를 끄덕일 만하다.
■ 그러나 다음날, 자유의 여신상을 게슴츠레 쳐다보며 침을 흘리는 카터의 커리커쳐가 신문 만평에 등장했다. 청년 시절부터 침례교회 주일학교 교사를 지낸 독실한 기독교인임을 자랑스레 내세워온 사실을 그리 빗댔다. 그래도 땅콩 농장주 출신인 카터가 대통령에 당선된 데는 순수하고 고결한 인품을 대변하는 듯한 특유의 천진난만한 웃음이 크게 작용했다. 워터게이트 사건으로 사임한 닉슨 대통령의 음흉한 면모에 대한 기억이 짙게 남은 때였다.
■ 카터는 그러나 대통령으로서 실패했다. 늘 진지했으나 정치 경험이 부족하고 정책 목표도 분명하지 않았다. 특히 이란 인질사태 등 위기에서 우유부단함을 드러냈다. 그 때문에 신뢰와 지지를 잃고 재선 도전에서 카리스마적 매력과 자신감을 앞세운 레이건에 참패했다. 안철수의 룸살롱 논란에 이준석이 "징징대면 안된다"고 자못 건방지게 논평한 것은 뭘 말한 것일까. 모든 게 지나치게 도덕적으로 포장한 탓이라는 안티 댓글을 새겨들을 만하다.
강병태 논설고문 btka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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