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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보호주의 역습] <1> 무역 장벽에 신음하는 한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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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보호주의 역습] <1> 무역 장벽에 신음하는 한국

입력
2012.08.27 17: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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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탁기부터 종이까지 수입규제 다양… "FTA만 믿고 있을때 아니다"

"글로벌 경제 상황이 악화되면서 보호주의 사례가 늘고 있어 걱정스럽다"

지난달 크리스틴 라가르드 국제통화기금(IMF) 총재는 전세계에서 늘고 있는 보호무역 조치들을 우려했다. 지난 22일 지식경제부에서 열린 하반기 수출기업 간담회에서도 참가 기업들은 현재 직면하고 있는 가장 큰 애로사항으로 보호무역주의를 꼽았다. 이들은 글로벌 경기침체가 길어지면서 세계 각국의 보호 무역주의가 점점 늘고 있다고 입을 모았다.

기업들의 괜한 엄살이 아니다. 작년 이후 우리나라를 향한 수입규제는 급증하는 추세다. 지식경제부와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미국 중국 인도 브라질 EU 호주 이집트 등 주요 교역 상대 20개국을 대상으로 한국기업에 대한 수입규제 건수를 조사한 결과 역대 누적건수 122건 가운데 올해에만 17건이 집중됐다. 지금까지 가장 많았던 해는 지난해 16건이었으나 올해 상반기 지난 시점에 벌써 지난해 연간 건수를 넘어섰다. 정비일 무역협회 국제협력실 과장은 "글로벌 경기침체가 장기화될 것으로 보여 각국의 보호무역조치는 늘어날 것"이라며 "그만큼 올해 한국 기업들이 힘든 한 해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수입규제 조치로는 주로 반덤핑 상계 관세, 세율인상 등의 방법을 쓴다. 안병화 지경부 수출입과장은 "한국기업을 견제하기 위해 중국이 이미 LCD패널의 수입 관세를 인상했고, 브라질은 자동차 수입 관세율을 올렸다"고 말했다. 중국의 LCD패널 관세인상은 삼성디스플레이와 LG디스플레이에, 브라질의 관세인상은 현대ㆍ기아차에 직접적 타격이 된다.

특히 반덤핑 등 수입규제를 위한 조사는 조사권 발동 그 자체만으로 물량을 줄이는 효과가 있어 각국이 적극 활용하고 있다. 박은표 지경부 협력총괄과 사무관은 "기업들은 결과에 상관없이 조사를 한다는 자체만으로도 부담을 느껴 수출 물량을 대폭 줄이고 수출 가격도 올리게 된다"고 설명했다.

현재 해외에서 수입 규제를 위해 조사를 받고 있는 한국 상품은 세탁기(미국), 철강류(EU, 브라질, 캐나다, 호주, 인도네시아) 변압기(캐나다) 종이(대만) 섬유(브라질) 타이어(브라질) 2차전지(미국) 등으로 종류도 다양하다.

이 중에는 우리 기업들이 억울하게 견제를 당하는 경우도 있다. 중국업체들이 최근 철강, 석유화학 제품 생산이 넘쳐나면서 해외에서 반덤핑 조사를 받는 경우가 늘자 일부 제품을 한국기업을 이용해 우회 수출하고 있다는 것. 정비일 무역협회 과장은 "이런 경우 한국기업이 반덤핑 조사를 받게 되는데 실제로는 중국기업이 덤핑행위를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또 하나 두드러진 점은 신흥국들의 보호무역규제가 늘었다는 점이다. 신흥국들은 직접 반덤핑 조사는 물론이고 환율절하, 기술이전, 안전규제 등 비관세 장벽까지 적극 활용하고 있다. 삼성경제연구소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주요 신흥국의 보호무역정책은 러시아가 총 57건으로 지난해 50건보다 늘었고, 아르헨티나와 인도도 각 30건, 18건으로 지난해 각 23건, 6건보다 껑충 뛰었다. 무역협회 관계자는 "브라질 아르헨티나 등이 대놓고 보호무역주의를 표방하고 있는데 현재 우리 기업들의 나일론, 냉연강판, 후판, 타이어 등에 대해 수입 규제 조사를 벌이고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자유무역협정(FTA)의 환상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지적한다. FTA가 늘어나면 자유무역이 완성되는 것처럼 생각하지만, FTA와 보호무역은 별개이며 FTA가 체결되어도 얼마든지 보호무역경향은 강화될 수 있다는 것이다. 김경훈 삼성경제연구소 선임연구원은 "신흥국들은 중장기 산업육성정책을 도입하고 있어서 세계 경기가 회복돼도 보호무역 조치를 계속 취할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 봤다. 지경부 관계자는 "기업들도 정부와 무역협회 등을 통해 수입국 시장 정보를 파악하고 제소로 이어지지 않도록 대응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최연진기자 wolfpac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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