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ㆍ11 총선 과정에서 친노 성향 인터넷 방송국 라디오21의 전 대표가 민주통합당 공천 약속과 함께 서울시내 구청 산하단체장 등으로부터 수십억원을 받았다는 의혹에 대해 검찰이 본격 수사에 착수했다.
대검찰청 중앙수사부(부장 최재경)는 27일 라디오21 전 대표로 현재 본부장 겸 이사인 양경숙(51)씨와 서울 강서구청 산하단체장 이모씨, 세무법인 대표인 또 다른 이모씨, 부산지역 사업가 정모씨 등 4명에 대해 정치자금법 및 공직선거법 위반 등 혐의로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양씨는 4ㆍ11 총선에서 민주당 공천을 받게 해주겠다며 이씨 등으로부터 투자금 명목으로 지난해 말부터 올해 초까지 수십억원을 받은 혐의다. 검찰은 지난 25일 양씨 등의 주거지와 라디오21 사무실 등 10곳을 압수수색했다.
검찰은 이씨 등 3명이 모두 4ㆍ11 총선에서 민주당에 공천 신청을 했으나 탈락한 것으로 파악됐다고 밝혔다. 단체장 이씨는 2007년 12월19일 대선과 함께 치러진 기초단체장 선거에서 서울 강서구청장 후보로 출마한 적이 있다. 세무법인 대표 이씨는 라디오21의 세무 업무를 대리했으며, 정씨는 부산 소재 부동산 시행업체 대표로 알려졌다.
양씨는 검찰 조사에서 투자계약서를 근거로 이씨 등에게 돈을 받은 것은 자신이 운영하는 홍보대행업체 및 라디오21에 대한 투자 유치 목적이었다고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검찰은 투자계약서는 공천헌금 제공 사실을 숨기기 위한 이면계약서에 불과하며, 돈의 액수와 오간 시점 등을 볼 때 사실상 공천헌금 성격이 짙다고 판단하고 있다.
검찰은 양씨 등의 신병을 확보하는 대로 돈의 사용처를 파악하는 데 수사력을 집중할 방침이다. 검찰은 양씨가 받은 돈이 공천헌금 명목으로 민주당 실세 의원에게 전달됐는지 살펴보는 한편, 당 대표 경선 자금으로 흘러갔을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고 있다. 양씨에게 돈이 전해진 시기가 지난 1월 당 대표 경선을 위한 전당대회가 열렸을 무렵이기 때문이다.
검찰 안팎에서는 전당대회 당시 자금책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진 인사 2, 3명이 양씨로부터 경선자금을 지원받았을 가능성이 거론되고 있다. 검찰 관계자는 "양씨의 그 동안의 활동을 볼 때 정치권에서 영향력이 있다고 판단하고 있고, 액수를 보면 돈이 복수의 인물에게 갔을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남상욱기자 thot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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