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부길(69) 전 테니스 국가대표 감독 소유로 알려졌던 서울 양재테니스클럽이 실제로는 노태우 전 대통령과 동서지간으로 '6공 실세'로 불렸던 금진호(80) 전 상공부 장관의 소유라는 사실이 최근 법원 판결로 밝혀졌다.
서울중앙지법 민사33단독 이종민 판사는 금 전 장관이 "테니스클럽 건물을 돌려달라"며 최 전 감독을 상대로 낸 건물명도 청구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했다고 26일 밝혔다.
재판 증거로 제출된 이면 약정에 따르면, 금 전 장관은 1990년 서울시와 협약을 맺고 서초구 양재동 '양재시민의 숲'부지 내에 3,000평 규모의 2층 실내 테니스장을 지은 뒤, 당시 노 전 대통령의 개인 테니스 코치를 맡았던 최 전 감독을 대표로 내세웠다. 테니스클럽의 건설 및 운영 비용을 부담한 금 전 장관이 운영 수익을 챙기고 최 전 감독에게는 임금을 지급해온 것이다.
금 전 장관이 최 전 감독을 차명 소유주로 내세웠던 이유는 당시 노 전 대통령의 측근이었던 자신에게 쏟아질 특혜 의혹을 피하기 위해서였던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공원부지 내에 사설 테니스클럽이 들어서자 서울시가 최 전 감독에게 특혜를 줬다는 의혹이 제기되기도 했다. 그러나 최근 최 전 감독이 테니스클럽 부지 개발 명목으로 회원들로부터 17억원을 가로챈 혐의로 징역형을 선고받아 클럽 운영이 어렵게 되자, 결국 실소유주인 금 전 장관이 나서 테니스클럽을 되찾아 온 것이다.
이성택기자 highnoo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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