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통합당 대선 후보를 뽑는 경선이 시작부터 파행을 겪고 있다. 모바일투표와 관련한 경선 룰 갈등이 표출되면서 문재인 후보를 제외한 이른바 '비문(非 문재인)'후보들이 경선 참여를 거부하고 있기 때문이다. 당 선관위 측이 서둘러 보완책을 내놓았지만 비문 후보들의 반발은 계속되고 있다. 가뜩이나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에 대한 관심도에서 밀리면서 '2부 리그'로 전락하고 있는 판에 그나마 이마저도 파국으로 치닫는 양상이다. 더구나 제주 경선을 하루 앞두고 발생한 전산 프로그램 오류에 따른 집계 중단 사태에 이어 경선 룰 논란까지 겹치면서 이래저래 당 지도부의 고심이 깊어지고 있다.
1, 2, 3번 중 한 명 선택 뒤 끊으면 미투표?
이번 파행을 놓고 당 지도부는 물론이고 각 후보 캠프의 준비 소홀이 부른 '예고된 참사'라는 지적이 비등하다. 민주당이 일반 시민의 참여 확대를 통한 경선 흥행을 위해 국민경선(오픈프라이머리)카드를 꺼내 들었지만 미숙한 운영 탓에 이곳에서부터 불공정 논란이 일고 있기 때문이다.
비문 후보들은 모바일 선거인단의 낮은 투표율에 의문을 제기한다. 25일 제주 경선의 전체 투표율은 55.3%였다. 이중 선거인단의 90.8%에 달하는 모바일 선거인단(3만2,984명)의 투표율이 58.6%에 그쳤다. 모바일투표를 본격 도입한 1월(80.0%)과 6월(73.4%) 전당대회 당시의 제주 지역 모바일 투표율과 비교하면 극히 낮은 수치다.
비문 후보 측은 투표율이 낮아진 게 모바일투표 방식의 문제점 때문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자동응답시스템(ARS) 방식의 이번 모바일투표에서 투표자가 마지막 후보자 안내 순서까지 기다리지 않고 자신이 지지하는 후보를 선택한 뒤 전화를 끊을 경우 이는 '미투표'로 처리된다. 비문 후보들은 지지자들이 기호 1~3번인 자신들의 번호를 누른 뒤 전화를 끊은 경우가 많아 이 부분이 미투표 처리돼 투표율이 낮아졌고, 상대적으로 기호 4번인 문 후보만 불이익을 받지 않았다는 주장이다.
이런 식으로 투표자 집계에서 제외된 규모가 얼마인지도 쟁점이 됐다. 당 관계자는 애초 "전체의 1% 수준일 것"이라고 무시했지만 비문 후보들은 "적어도 수천 표는 될 것"이라며 맞서 있다. 사태가 악화하자 당 지도부는 기권 처리된 표의 규모를 확인키로 했지만 비문 후보들은 "제주 경선은 문 후보가 압승을 거둔 것으로 이미 표심이 왜곡돼 있다"며 반발하고 있다.
당 선관위가 사고 지적 외면?
당 선관위는 모바일 경선 룰은 모든 후보 캠프의 동의 아래 확정된 것이라 책임이 없다는 입장이다. 당 선관위 간사인 김승남 의원은 26일 "모든 후보의 기호와 이름을 듣고 나서 투표하는 지금의 방식은 6ㆍ9 전당대회와 동일하며 이런 룰은 기호 추첨 전에 확정됐다"며 특정 후보에게 유리하게 룰이 마련됐다는 주장을 일축했다.
하지만 비문 후보들은 이전부터 모바일 투표의 문제점을 지적했지만 당 지도부가 외면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손학규 후보 캠프의 김유정 대변인은 "1, 2, 3번을 찍고 전화를 끊을 경우를 대비해 '끝까지 듣지 않으면 미투표 처리될 수 있다'는 안내 메시지를 삽입하자고 건의했지만 묵살당했다"고 밝혔다. 비문 후보들은 모바일 투표에서 후보 기호를 무작위 순으로 안내하자는 요구도 수용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물론 당내에서는 비문 후보 측 캠프를 겨냥해 사전에 경선 룰을 세심하게 확인하지 않고 뒤늦게 문제를 제기하면서 분란을 키우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 관계자는 "미리 이 같은 문제점을 조정하지 않고 막상 제주 지역 경선이 끝나자 뒤늦게 문제를 삼는 것은 페어플레이 정신에서 어긋난다"고 꼬집었다.
김정곤기자 jk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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