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원 김모(35)씨는 2007년 9월 중국펀드에 1,600만원을 투자했다. 현재 투자수익은커녕 원금에서 432만원(-26.9%)이 사라진 상태다. 계약만기(3년)를 훌쩍 넘겼으나 불어난 손실 탓에 돈을 찾을 수도 없으니 장기투자를 강요당하고 있는 셈이다. 그나마 올 들어 5% 가까이 손실을 만회한 게 위안이다. 그런데 지난달 은행에 들렀다가 걱정이 늘었다. 직원으로부터 "올해 안에 펀드를 정리하지 않으면 내년부턴 세금까지 붙는다"는 안내를 받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정부가 이달 초 세법개정안을 발표하면서 김씨처럼 2007년 '펀드 광풍' 때 해외펀드에 가입한 투자자들은 한 시름 놓게 됐다. 해외펀드 손실상계 기간을 올해 말에서 2013년 말까지 연장하기로 했기 때문이다. 쉽게 말해 원금을 손해 본 투자자들은 만회를 위해 1년의 시간을 더 번 셈이다.
해외펀드 손실상계는 해외펀드로 손해가 났는데도 세금까지 내야 할 처지에 놓인 투자자를 구제하기 위한 제도다. 2007년 펀드 활성화 차원에서 도입한 해외펀드 비과세 혜택은 2010년 1월부터 사라졌다. 그러나 글로벌 금융위기 여파로 손실이 눈덩이처럼 불어난 해외펀드 투자자들이 세금을 내야 하는 상황까지 발생하자 반발하고 나섰다. 결국 정부는 해외펀드 비과세 기간 중 발생한 손실과 이후 난 수익을 합산해 세금을 덜어주는 방식(상계)을 택했고, 이번에 다시 내년 말로 1년 더 연장한 것이다. 올해로 3번째 연장이다.
아무래도 당시 해외펀드의 절반 이상을 차지했던 중국펀드를 아직 손에 쥐고 있는 투자자들이 관심을 가질 수밖에 없다. 유럽 재정위기가 다시 엄습한 5월 이후 고꾸라지긴 했지만 중국펀드는 1, 2월엔 평균 10% 이상 오르는 등 올 들어 성적이 비교적 양호한 편이다. 최근 한 달간 중국본토펀드(A펀드)를 중심으로 100억원의 자금이 들어오기도 했다. 자금 유입이 거의 전무한 다른 해외펀드와 비교되는 수치다.
전망도 차츰 나아지고 있다. 유럽 위기와 중국의 경제지표 및 기업실적 악화 등 경기둔화 우려가 그간 증시에 반영됐고, 중국 정부의 내수진작 정책과 통화완화 정책 등으로 실물경기가 점차 회복될 것이란 기대가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장춘하 우리투자증권 연구원은 "신규대출 발행 증가 등으로 유동성이 풍부해져 주가가 점차 회복될 것으로 예상돼, 중국펀드를 가지고 있다면 세제혜택도 연장됐으니 당분간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반면 같은 중국펀드라도 보유한 펀드의 특성에 따라 환매전략을 달리 짜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금융업 비중이 8할인 홍콩펀드(H펀드)보다는 직간접적으로 중국 정부의 지원을 받는 A펀드가 장기적인 관점에서 안정적이다. 올 들어 수익률은 H펀드가 A펀드를 앞서고 있지만 변동성이 큰 H펀드보다 유동성이 풍부한 A펀드의 앞날이 더 나아 보인다는 얘기다.
신규 투자자라면 시장(본토냐, 홍콩이냐)보다는 업종과 절세의 관점에서 접근하라는 조언도 있다. 아직 선진국의 절반 정도에 불과한 중국의 개인소비 비중(30%), 개인차량 보유율(중국 5% 미만, 선진국 80% 이상) 등을 감안하면 중국의 소비재 관련주에 집중 투자하는 펀드가 유망하다는 것이다. 김태훈 삼성증권 연구원은 "이번 세제 개편에 따라 금융소득으로 과세(최고 41.8%)되는 해외주식형펀드보다 양도소득으로 과세(22%)되는 해외주식랩이 절세 측면에서 더 인기 있는 투자 대안으로 떠오를 것"이라고 추천했다.
고찬유기자 jutda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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