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검 중수부가 공천헌금 명목으로 거액의 사업 투자금을 받아 챙긴 혐의로 양경숙(51) 라디오21 편성제작총괄본부장에 대해 직접 수사에 나서자, 사건의 향방에 초미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현재까지 제기된 양씨 관련 의혹은 공천헌금 명목으로 서울시 구의원 출신 A씨 등 3명으로부터 수십억원에 달하는 거액을 받아 '어딘가'에 사용한 것으로 보인다는 것이다. 검찰이 25일 양씨와 A씨 등 돈을 주고 받은 사람들을 전격 체포한 것도 이들이 어떤 명목으로 돈을 주고 받았는지, 양씨가 받은 돈을 어디에 사용했는지를 확인하기 위한 절차로 볼 수 있다.
현재로선 양씨가 이 돈을 개인적으로 착복했거나, 실제 공천헌금으로 받았을 가능성이 모두 열려 있다. 양씨와 A씨 등은 투자계약서까지 썼기 때문이다.
하지만 양씨가 몸담은 라디오21은 소규모 인터넷 라디오 방송이다. 또 양씨는 각종 선거에서 선거홍보 업무를 해왔지만 이 또한 규모가 크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따라서 양씨가 순전히 투자 명목으로 수십억원이나 되는 거액을 유치했다는 주장은 설득력이 떨어진다.
특히 대검 중수부가 직접 나서 돈 거래에 관여한 4명을 모두 체포한 것이 심상치가 않다. 검찰이 단순한 투자사기로 봤다면, 투자 피해자까지 체포할 필요성이 떨어진다. 이는 결국 검찰이 이번 사건의 성격을 '투자를 가장한 공천헌금 거래'일 가능성에 더 무게를 두고 있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따라서 앞으로 검찰 수사는 이 돈이 민주당 실세에게 건네졌는지 규명하는 쪽으로 흘러갈 공산이 크다.
이번 사건이 민감한 이유는 또 있다. 만약 양씨가 실제로 공천헌금을 건네지는 않은 것으로 드러나더라도, 검찰이 돈의 사용처를 추적하고 있기 때문이다. 양씨는 라디오21 개국 초기부터 친노 인사들과 친분을 맺어왔다. 특히 문성근 민주통합당 상임고문이 야권 단일정당을 주창하며 발족한 '백만송이 국민의 명령' 집행위원을 맡으며 주도적으로 참여했고, 민주당의 각종 선거에서 홍보 업무를 맡는 등 당내 인사들과 친분이 두텁다.
문제는 양씨가 돈을 받을 무렵을 전후해 민주당 전당대회 당대표 경선이 지난 1월과 6월 두 차례 치러졌다는 점이다. 검찰이 돈의 흐름을 쫓다 보면, 전당대회 경선자금으로 흘러간 흔적이 포착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것이다. 검찰이 대선을 불과 4개월여 앞두고 대검 중수부를 투입한 것은 이처럼 이번 사건에 내재돼 있는 여러 가지 휘발성이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정치권에선 부산지검이 여당인 새누리당 공천헌금 수사를 진행하고 있기 때문에 여야 간 균형 맞추기 차원에서 무리하게 수사를 시작했거나 사건의 파장을 의도적으로 키우는 것 아니냐는 시각도 만만치 않다. 따라서 대검 중수부가 나서고도 공천헌금에 대한 뚜렷한 수사 결과를 내놓지 못할 경우 기존의 박지원 민주당 원내대표에 대한 수사에 이어 또 하나의 '야당 죽이기 공작 수사'라는 비판에 직면할 수도 있다.
남상욱기자 thot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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