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고등학교 국어교과서에 가장 많은 작품이 수록된 문인은 윤동주와 이육사인 것으로 나타났다. 문예지 <문학사상> 9월호가 통합민주당 도종환 의원의 교과서 시 게재 논란과 관련해 기획한 특집 '교과서 속의 문학 작품을 말하다'에서 현재 중고등학교에서 사용되고 있는 2009년 검인정 국어교과서 16종을 분석한 결과다. 문학사상>
문학평론가 고봉준(경희대 후마니타스칼리지 객원교수)의 기고 '문학 교육, 감수성을 통한 공명의 능력'을 보면 16종 교과서에 실린 시는 총 215편으로 이중 윤동주의 작품이 21편으로 가장 많고 이육사가 13편, 김소월, 김수영, 정지용이 각각 12편씩이다. 1930년대 전후 일제시대 활동한 문인이 다수를 차지한 셈이다. 부분 게재가 아니라 전문이 실린 시를 대상으로 하면 윤동주, 이육사가 각 10편으로 압도적으로 많고, 김수영, 정지용이 각 4편씩 수록돼 작가별 편중이 더 심하다. 시 편수는 같은 시를 각기 다른 교과서에서 수록했을 때 중복계산한 숫자이다.
고 교수는 "근대 시사(詩史)에서 문학적 영향력이 크지 않은 윤동주와 이육사의 빈도수가 뚜렷하게 높은 이유는 그들의 작품이 민족주의와 기독교적 염결성이라는 선명한 주제의식을 드러내고 있으며 친일이라는 이념적 난제로부터도 자유롭기 때문"이라며 "교과서 수록 작품이 '문학성'보다 '수월성(교육의 효율성)'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번 특집에서 소설 통계는 빠졌다. 고 교수는 인터뷰에서 "2007년 개정 중고등학교 국어교과서 16종에 실린 소설 49편(중복 수록 제외하면 37편)을 토대로 보면, 이청준의 '눈길', 이효석의 '메밀꽃 필 무렵', 채만식의 '태평천하'가 4종 교과서에 중복 수록됐고, 김유정의 '봄봄', 이태준의 '달밤', 황석영의 '아우를 위하여'가 2종 교과서에 동시 수록됐다"고 밝혔다. 이청준, 황석영을 제외하면 역시 1930년대 작가들이 다수를 차지한다.
방민호 서울대 국문과 교수는 이번 특집에 쓴 '국어 교과서 수록 소설 어떻게 되어 있나'에서 "중학교에서의 소설 교육은 자라나는 청소년들을 위한 것인 만큼 그 주제가 지나치게 현실 비판적이거나, 형식이 아주 기교적인 작가들의 작품은 수록하기 어렵다"며 "이를 감안하면 다수로 꼽힌 작가들이 우리 문학사에서 평이한 형식 속에 원만한 내용을 담아 소설을 쓴 작가라고 볼 수도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황은주 미래엔교과서 출판사 국어과 개발팀장은 "국어교과서는 크게 말하기, 듣기, 읽기, 쓰기, 문학, 문법 등의 공부 영역을 가지고 있고 각각의 영역마다 세분화된 성취 기준이라는 게 있어 그것을 가르치는데 적절한 제재를 선정해야 한다"며 "고전이나 근대 작품 중 기존에 수록되지 않은 작품이나 현대작가들의 작품을 싣는 것이 추세인 만큼 2013년부터 쓰일 개정교과서에는 새로운 작품이 더 많이 소개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이윤주기자 miss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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