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최초의 근대식 군함은 1903년 일본에서 구입한 '양무호'(揚武號)다. 구한말 부국강병을 꿈꾸던 고종은 '나라의 힘을 키운다'는 뜻에서 이 이름을 붙였다. 그러나 나라의 운명처럼 양무호도 순탄치 않았다. 러일전쟁 때 일본에 징발당해 화물선으로 개조됐고, 결국 군함의 역할을 해보지도 못한 채 1909년 일본의 민간회사에 헐값에 매각됐다. 2년 뒤 일본에서 새로 건조해 도입한 두 번째 군함의 이름은 '세상을 널리 구제하라'는 의미의'광제호'(光濟號)였다.
■ 그때그때 붙이던 군함 명칭은 해군 함정 보유가 늘어나면서 원칙과 기준이 정해져 있다. 구축함에는 역사적 인물의 이름을 단다. 최신예 이지스 구축함 1호는 '세종대왕함'으로 명명했다. 해군의 주력인 KDX-Ⅱ급 구축함 1번함은 '충무공 이순신함', 한국형 구축함인 KDX-Ⅰ 1번함은 '광개토왕함'이다. 잠수함은 바다에서 큰 공을 남긴 인물들의 이름을 단다. '장보고함' ' 최무선함' '이종무함'등이다. 호위함은 도나 광역시, 초계함은 중소도시 이름으로 명명한다. 2010년 침몰한 천안함은 초계함이다.
■ 다른 국가도 다양한 기준에 따라 함명을 부여한다. 각국의 가장 강한 주력함에는 그 나라 국왕이나 대통령, 전쟁영웅 등의 이름을 붙인다. 미국의 경우 항공모함에 에이브러햄 링컨, 니미츠, 루스벨트, 아이젠하워 등 대통령이나 해군제독 등의 이름을 붙였다. 그리스는 신화의 나라답게 포세이돈, 트리톤, 프로테우스, 엠피트리테 등 신화에 나오는 바다와 강의 이름을 배에 사용한다. 이스라엘은 성경 속 인물을 사용한다.
■ 중국이 10월 1일 진수되는 첫 항공모함의 이름을 '댜오위다오'(尖角ㆍ일본명 센카쿠)로 붙이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함정에 고대국가 이름, 도시 명칭을 사용해온 지금까지 중국의 관례와는 다르다. 한국이 대형수송함에 '독도'이름을 붙여 독도가 한국 영토에 속한다는 것을 선언한 방식을 따르자는 취지라고 한다. 일본과의 영토분쟁에서 기선을 잡자는 속셈일 텐데 그리 개운치가 않다.
이충재 논설위원 cjl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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