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와 애플의 특허 침해 소송사건 1차전은 애플의 일방적 승리로 끝났다. 미국 캘리포니아 연방북부지법 배심원단은 특허소송 1심 평결심에서 삼성전자의 스마트폰과 태블릿PC가 애플의 아이폰과 아이패드의 디자인과 기술 특허를 침해했다며 10억5,000만 달러를 배상하라고 평결했다. 배심원단은 애플이 주장한 특허 7건 중 6건을 받아들였지만 삼성전자가 주장한 특허 5건은 모두 기각했다. 배심원단은 "혁신에 대한 보호 필요성을 역설한 애플의 주장이 설득력이 있었다"고 평결 이유를 밝혔다.
배심원단의 이번 평결로 삼성전자는 물론, 세계 IT업계가 긴장하고 있다. 우선 애플의 아이폰과 유사한 디자인은 모두 특허침해가 되기 때문에 완전히 새로운 디자인을 개발해야 하는 부담을 안게 됐다. 또 모바일 기기 업체들은 각종 스마트폰 관련 특허를 보유한 애플에 '애플세(稅)'라는 특허료를 물게 됐다.
이번 평결에 대한 국제사회의 반응은 이해에 따라 엇갈리나 객관적으로는 우려를 표하는 시각이 적지 않다. IT기술에 문외한들인 배심원단이 600건에 달하는 쟁점을 불과 사흘 만에 심의해 평결을 내렸다는 점부터 상식적으로 납득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더욱이 이런 식의 비전문적 평결은 원천적으로 자국 기업의 이익을 우선시하는 애국주의 정서에 휩쓸리게 될 소지가 다분하다. 당장 한층 커질 애플의 시장 지배력에 대한 우려도 크다. 은 "애플의 승리가 안드로이드 OS(운영체계)를 쓰는 스마트폰 업계에 공포감을 조성할 수 있다"고 했고, 영국의 도 "애플이 경쟁과 소비자 선택권을 제한하려 한다"고 지적했다.
무엇보다 걱정스러운 것은 이러한 일반의 정서에 편승한 세계적인 보호무역주의 강화흐름이다. 앞서 미 상무부가 한국산 세탁기에 82%의 관세를 부과하는 반덤핑 예비 판정을 내리고, 프랑스가 최근 유럽연합(EU)에 한국산 자동차 수입규제를 요청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보호무역주의는 세계경제의 활력을 억제함으로써 결국에는 모두의 피해로 돌아갈 가능성이 크다.
현재 삼성과 애플은 세계 9개국에서 50여건의 특허소송을 벌이고 있다. 향후 이들 소송에 좀더 치밀하게 대응해야 함은 말할 것도 없거니와, 가장 중요한 것은 역시 기술과 제품에서의 독창성 강화다. 지금까진 사실 세계의 모바일기기 업체들이 애플의 아이디어에 기댄 측면이 없지 않다. 이번 평결을 계기로 독자적 기술과 제품만이 일류기업의 생존조건이라는 기본원칙을 다시금 새길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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