빚이 소득보다 많은데도 자녀 교육비를 평균 이상 지출하는 ‘교육빈곤층(에듀푸어)’이 82만가구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에듀푸어는 30, 40대가 대부분이어서 지나친 아이들 교육비 부담으로 우리 사회의 근간이 무너질 수도 있다는 지적이다.
현대경제연구원이 26일 공개한 ‘국내 가구의 교육비 지출 구조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에듀푸어는 자녀 교육비를 지출하는 전체 632만여 가구 중 13%인 82만4,000가구(가구원 305만명)에 달했다.
에듀푸어는 소득 중 교육비 지출 비중이 과다해 적자생활을 하는 경우로, 실제 매달 평균 313만원을 버는데 68만5,000원의 적자를 냈다. 이들의 교육비는 월 평균 소득의 28.5%인 86만8,000원으로 전체 교육가구의 평균(51만2,000원)보다 35만원 이상 많았다. 중ㆍ고교 자녀의 사교육비 지출이 전체 가구보다 30.4%(21만원) 많은 69만5,000원이었고, 유치원ㆍ초등학교 사교육비 역시 전체 평균(25만원)보다 두 배 가까운 50만8,000원에 달했다.
에듀푸어는 교육비 마련을 위해 의ㆍ식ㆍ주, 교통, 보건 등 다른 소비 지출은 평균보다 적게 지출했으나, 결국 대출 이자를 전체 평균(12만7,000원)보다 많은 15만2,000원 지출하는 등 가계 빚이 더 많았다.
특히 에듀푸어 주류가 대졸 이상 학력의 40대 중산층이라는데 문제가 있다. 과다한 교육비 지출로 적자 상태인 중산층(월 소득 150만∼450만원)이 전체 에듀푸어의 74%(61만9000가구)나 됐고, 특히 40대가 전체의 61%(50만3,000가구)에 달했다. 또 대졸 이상, 40대, 중산층의 세 조건을 모두 충족하는 가구는 26만1,000가구(102만9,000명)로 에듀푸어의 31.7%였다. 사교육비 때문에 40대 중산층이 붕괴하고 있다는 해석이 가능한 대목이다.
조호정 현대경제연구원 선임연구원은 “학력 중시 풍조에 가계 빚이 많은 중산층 가구조차 과도한 사교육비를 지출해 우리 사회의 근간이 무너지고 있다”며 “공교육 내실화, 교육재정 확충을 지속적으로 추진하는 한편 학벌 사회에서 벗어나 능력 사회로 전환할 수 있는 체제를 갖춰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관규기자 ace@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