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여름 유난히 길었던 열대야에 밤잠을 설쳤던 사람이 많았고 언론 보도도 잦았으니 이것을 주제로 한 글이 쓰여지는 것도 무리가 아니다. 학생이 참고로 한 한국일보 8월 6일자 기사도 기록을 시작한 2000년 이후 최장 기간 서울에서 열대야가 지속되었다고 보도하고 있다.
학생이 취한 전략은 비교적 단순하다. 먼저 첫 번째 단락과 두 번째 단락을 통해 올 여름의 열대야 현상이 전국적인 것이었다고 주장한 뒤, 폭염으로 인해 발생했던 몇 가지 사건·사고들을 나열하고 그에 대한 해결책을 제시하는 것이다. 얼핏 보기에는 무리가 없어 보인다.
하지만 학생이 참고한 한국일보 기사를 검토해 보면 사정이 조금 달라진다. 해당 기사 내용을 찾아보면 글의 시작부터 끝까지 열대야라는 하나의 이슈를 중심으로 일관성 있는 서술을 하고 있다. 한 가지 예를 들면, 기사에서 언급되고 있는 사건·사고나 일부 아파트의 정전 역시 열대야로 인해 발생한 것이라는 것을 명확히 하고 있다.
이제 다시 학생의 글을 보자. 서론에 해당하는 첫째, 둘째 단락에서 열대야 현상에 대해 언급하고 나서 셋째 단락에서는 '여름은 열대야의 문제로 그치지 않는다'며 갑자기 여름 폭염이라는 새로운 이슈로 넘어간다. 열대야가 폭염에 포함되는 것 아니냐고 항변하고 싶겠지만 그러려면 서론에서 폭염이라는 화제를 제시하고 그 사례 중 하나로 열대야에 대해 언급해야 했다. 이 문제는 뒤에 나오는 사례 제시에까지 이어진다. 학생이 제시한 인명 피해나 정전 사고는 모두 폭염에 관계된 것이지 열대야와는 무관하다. 글의 논점이 일관되지 않고 흔들리고 있어서 선행 텍스트라 할 수 있는 한국일보 기사에 비교하면 문제의식이 분명하지 않다는 평가를 피하기 어렵다.
이렇다 보니 그에 대한 대책을 제출하는 부분도 혼란스럽다. 학생은 네 번째 단락의 대책을 제출하는 부분에서 '야외 운동을 자제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이것은 학생이 스스로 제기한 '물놀이 안전사고'에 대한 대책이지 열대야에 대한 대책은 될 수 없다. 사고를 당한 사람들은 더워서 몸을 식히려고 물에 들어간 것이지 운동을 하기 위해 물에 들어간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두 번째 대책 역시 열대야가 아니라 폭염과 관련된 것이므로 주제와 벗어난다. 세 번째 대책은 그나마 열대야와 관련이 있다. 하지만 학생은 엉뚱하게도 정전 사고를 경제적 손실과 연결시킨다. 에너지 절약을 통해 정전을 막을 수 있다고 접근했다면 주제에 부합했겠지만 갑자기 블랙아웃으로 인한 경제적 손실에 초점을 맞추고 그것을 피하기 위해 에너지를 절약하자고 주장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
마지막으로 학생은 결론 부분에서 작년보다 올해의 열대야가 길다는 것을 근거로 들어 '앞으로도 계속 열대야 일수가 증가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을 시사한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이것은 설득력이 없다. 앞으로 열대야가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는 것은 지구온난화와 같은 급격한 기후 변화 때문이지 작년보다 열대야가 길어져서가 아니다. 통계 자료에서 앞으로의 전망을 예상할 때는 시계열 자료를 통해 추세를 분석해야 한다. 단순히 작년에 비해 올해 수치가 늘었다고 해서 앞으로도 그럴 것이라고 주장하는 것은 오류에 빠지기 쉬운 첩경이다.
★기고와 첨삭지도를 희망하는 중고생은 약 2,000자 분량의 원고를 nie@hk.co.kr로 보내주십시오.
메가스터디 논술강사 www.kihomatrix.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