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폭력 학생부 기재를 지시한 교육과학기술부의 훈령을 일부 진보성향 교육감들이 거부하면서 불거진 혼란이 갈수록 심화하고 있다. 교과부는 훈령에 불복한 전북도교육청 등이 27일까지 입장을 바꾸지 않거나 일선 학교가 기재거부에 동조할 경우, 교육청 담당자와 교장, 교사 등을 중징계 하겠다는 입장이다. 반면 김상곤 경기도교육감 등은 교육청의 기재거부 지침을 따르도록 촉구, 학교들로선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에 빠졌다.
문제의 교과부 훈령은 지난 2월 마련됐다. 학생 자살사건이 잇따를 정도로 심각해진 교내 왕따ㆍ폭력을 바로잡기 위한 대책의 하나였다. 대입시에 반영되는 학생부 기재를 통해 학교폭력에 대한 경각심을 높이고, 폭력의 확산을 예방하겠다는 취지였다.
하지만 일각에서 비판이 제기됐다. 요컨대 폭력사건 자체와 관련한 징계나 처벌 외에, 그 사실을 학생부에 기재해 '낙인효과'를 낳는 것은 과잉처벌이라는 논리였다. 청소년기의 일탈에 대한 처벌로는 너무 과한 것 아니냐는 관용주의도 반영됐다. 김 교육감은 "교과부 지침으로 학생들의 진학ㆍ취업에 불이익을 주는 것은 헌법의 과잉금지 원칙에도 어긋난다"며 "학생부 기록에 남지 않는 선도나 형사처벌 사례 등과도 형평성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학교폭력 해결의 가장 큰 장애는 안이한 인식이다. 학생이든 교사든, 학부모든 '그럴 수도 있는 것 아니냐'는 정도로 폭력을 바라보는 타성에서 벗어나야 한다. 교과부의 훈령은 그런 인식 전환을 겨냥한 불가피한 처방이었다고 볼 수 있다.
정책적 필요에도 불구하고 훈령에 위헌적이거나 비교육적인 요소가 있다면 바로잡는 것이 마땅하다. 하지만 위헌명령심사 등 적법 절차조차 거치지 않고 교육청이 교과부의 행정명령을 대뜸 거부하는 식은 곤란하다. 교육당국간의 한심한 대립으로 학생부 작성기준일인 30일까지 학교는 극심한 혼란을 겪을 것이고, 학생부 반영과 관련한 대입시 전형의 신뢰도 역시 적잖이 흔들리게 됐다. 교육행정의 기강과 일관성을 담보할 수 있도록 교육자치제 보완방안을 강구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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