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일 방송3사 공동주최로 열린 민주통합당 대선 경선 주자들의 TV 토론회는 선두를 달리는 것으로 평가 받는 문재인 후보와 '비(非) 문재인' 후보들 간 강도 높은 설전으로 이어졌다.
손학규 후보는 먼저 "노무현 전 대통령이 돌아가신 마당에도 나서지 않다가 총선 때 가서야 대통령 선거에 나가겠다고…"라면서 "총선은 무엇 하러 나왔으며 국정 철학의 틀을 갖췄는지 의심스럽다"고 문 고문을 향해 직격탄을 날렸다.
손 후보는 이어 "낡은 정치를 타파하겠다고 하면서 정작 (총선 때) 낙동강 벨트론이라는 전형적인 구시대 정치를 들고 나왔다"고 쏘아붙였다. 정세균 후보도 "문 후보는 입당 경력도 일천하고 당에 기여한 바도 없다는 게 일반적 평가"라고 가세했다.
이에 문 후보는 "참여정부가 제대로 하지 못해 이명박정부를 불러들인 데 대한 송구스러움과 책임감이 있다"고 몸을 낮춘 뒤 "정권재창출에 실패한 데 대한 책임감과 송구함을 견딜 수 없던 것이 (출마) 결단을 이끌었다"고 답했다.
김두관 후보는 "공천헌금 비리로 감옥에 간 친박연대 서청원 전 대표를 변호했는데 그는 박근혜 후보의 최측근"이라고 공격했다. 이에 문 후보는 "서 전 대표도 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권리가 있고 법률가 입장에선 변론할 만한 여지가 있었다"면서 "정당한 사유 없이 사건 수임을 거부하는 것은 변호사법 위반이며 지금도 크게 문제라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러나 김 후보는 "변호사 윤리로는 그럴 듯하나 정치인 시각으로는 동의하기 힘들다"고 거듭 공세를 폈다.
최종 결선에서 과반 득표자가 없을 경우 1,2위 후보간 결선투표가 이뤄지는 점을 의식한 듯 2위권 후보들간의 상호 견제구도 적잖이 나왔다. 김 후보는 손 후보를 향해 "과거 현대차그룹 정몽구 회장의 구속도 반대하고 출자총액제 폐지도 주장하고 부유세 신설도 반대했었는데 노선이 많이 달라진 것 같다"고 꼬집었다.
이에 손 후보는 "재벌개혁은 중요하지만 재벌을 때려잡자는 것은 아니다. 경제민주화가 재벌에 대한 증오감으로 발전해선 안 된다"고 답했다. 그러면서 김 후보의 전경련 폐지 주장에 대해서는 "전경련이 그 자체로 경제민주화를 해친다면 (폐지를) 검토해야 하나 재벌 로비가 전경련 때문이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고 반대 입장을 피력했다.
박 후보와 안 원장에 대해 문 후보는 "박 후보를 꺾기 전에 안 원장을 뛰어넘고 그 세력까지 끌어들어야 한다"고 말했고, 손 후보는 "국민이 '백마 탄 초인'을 기대하게 만든 것은 제 책임이지만 대선에 나서려면 국정비전을 가져야 한다"고 비교 우위를 내세웠다.
한편 이날 토론회가 끝난 뒤 손 후보와 김 후보 측에서 "패널들의 질문이 문 후보에게만 무뎌진 것 같아 중립성에 의심이 간다"면서 "문 후보 봐주기란 느낌이었다"고 공정성 논란을 제기했다.
박석원기자 spark@hk.co.kr
강윤주기자 kka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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