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대통령의 독도방문과 일왕의 과거사에 대한 사죄언급으로 연일 온 나라가 시끄럽다. 분명한 사실은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누구라도 독도를 우리 땅으로 여기고 있으며, 이런 측면에서 대통령의 독도방문은 지극히 자연스러운 일이라는 점이다. 또한 종군 위안부 문제 등을 비롯한 과거사에 대해 역사왜곡을 일삼는 일본에 대해 분노하고 있는 것이 일반적인 우리의 국민감정이니, 일왕의 한국 방문 전제 조건으로 진정성 있는 사과를 요구하는 것 또한 오히려 속이 후련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이렇게 원론적으로 보자면 별 문제가 없는 사안에 대해 일부에서 일본 정부의 대승적인 자세전환을 촉구하기 보다는 오히려 외교관례상의 무례라거나 정권말기의 실정(失政)에 대한 비난을 면하기 위한 꼼수라는 등의 비판을 가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는 판단이다. 오히려 북한 측이 일본의 영토야욕을 강력 비판하고 있지 않는가. 놀라움과 참담함을 동시에 느끼게 하는 대목이다.
사태의 진실을 정확하게 직시하는 태도가 필요한 시점이다. 우리는 한 맺힌 일제식민지 치하를 거치면서 가슴 속에 쌓인 울분을 털어버리지 못해 한국과 일본 간 무슨 스포츠 경기만 열리면 죽기 살기로 응원하지 않는가. 그런데 국가 원수의 독도 방문과 일왕 사과 요구에 대해선 냉소적인 분위기가 조성되고 있는 건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다.
일본은 어떤가. 그동안에도 영토문제에 관해서만은 지독하게 치밀한 준비를 보여 왔던 일본은 이번에도 우리와는 매우 대조적으로 정부와 국민이 단결된 힘을 과시하며 적극적이고 강력한 대응을 준비하고 있다.
제2차 세계대전에서 제국주의를 표방하며 주변국들에게 막대한 피해를 입힌 전범국인 일본은 그동안 중국, 러시아 등 주변국들과의 영토분쟁에 있어 목소리를 제대로 내지 못했던 것이 사실이다. 러시아와의 영토분쟁지역인 쿠릴열도에 러시아가 상륙함을 포함한 군함 2척을 파견하기로 결정한 부분에 대해 일본 정부가 아직 공식적인 대응을 하지 못하고 있는 것도, 또 센카쿠 열도에 중국인 극우 시위대가 상륙한 것에 대해 덤덤히 본국으로 되돌려 보낸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그러나 유독 독도문제에 대해서만은 일본은 강경하고 단호한 자세를 유지하고 있다. 그 이유가 무엇일까. 그것은 우리보다 몇 십 년 앞선 일제강점기부터 국제적 측면의 법적, 제도적 영토분쟁해법을 연구·준비해 온 것이 1차적이라고 볼 수 있다. 해석을 확대하자면, 인류의 번영과 휴머니즘을 내걸고 각국에 재정 원조를 함으로써 확보한 폭넓은 국제사회의 지지와 인맥에 대한 자신감의 표현이기도 하다.
따라서 일본은 독도문제에 관한한 국제적 시선이 모이면 모일수록 자신들에게 이롭다는 전략을 이어왔고, 이러한 그들의 생각을 반영한 것이 얼마 전 인터넷 상에 동해로 할 것인가 일본해로 할 것인가에 대해 이름을 묻는 투표 제기다. 우리쪽에 국제사법재판소(ICJ)에 독도문제를 제소하자는 제안을 한 것도 비슷한 맥락이라고 이해 된다.
왜 일본이 똑같은 영토분쟁을 겪고 있는 중국과 러시아와는 달리 우리 정부에 대해선 거칠다 못해 함부로 한다는 느낌을 주는 것인지 정부와 국민 모두는 반성해야 한다.
일본은 같은 전범국인 독일이 주변국들에게 진정성이 인정되는 사죄를 하고 우호적인 관계 형성에 노력을 기울인 결과 현재와 같이 유럽연합(EU)의 중심국가로 당당하게 부상하게 된 것을 반면교사로 삼아야 할 것이다.
특히 일본이 진정으로 안보리 상임이사국으로 진출하고자 한다면, 과연 지금처럼 독도문제와 과거사 청산의 문제에 있어 배타적 국수주의를 이어가는 것이 현명한 일인가도 심각하게 고민해봐야 할 것이다.
유영옥 경기대 교수·국가보훈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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