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당국이 적잖이 뜸을 들인 끝에 은행 가계대출의 부당금리 개선책을 내놨지만 영 떨떠름하다. 금융위원회는 그제 양도성예금증서(CD)금리 담합 의혹과 관련해 11월부터 가계대출에 적용할 새 단기지표금리로 단기코픽스 활용방안을 발표했다. 또 금융감독원은 은행들이 더 이상 멋대로 가산금리를 붙이지 못하도록 다음달부터 은행 대출별 기준ㆍ가산금리를 비교 공시토록 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두 대책 모두 문제의 핵심을 비껴 간 '헛발질'로 보인다.
당초 CD금리 담합 의혹에 여론이 들끓었던 건 CD금리가 시중의 금리 하락세를 반영하지 않아 가계대출 금리를 부당하게 높게 물었다는 억울함 때문이다. 따라서 개선책은 어쨌든 그 동안의 부당한 CD금리 적용에 따른 가계대출자들의 손해에 대한 사과와 보상안이 전제돼야 했다. 하지만 금융위는 일언반구도 없었다.
단기코픽스 시행안도 무성의해 보이긴 마찬가지다. 은행 자금조달 상품 중 CD와 만기가 같은 3개월물 상품들의 가중평균금리를 지수화해 기준금리로 쓰겠다는 게 골자다. 그런데 상대적으로 금리가 높을 수밖에 없는 단기상품들의 가중평균치를 만기 1~2년짜리 가계대출의 기준금리로 쓰는 것이 적절한지, 또는 그나마 시중금리의 움직임을 보다 적절히 반영하기 위한 보완책은 뭔지에 대한 설명 같은 건 없다.
금감원의 은행별 금리 비교공시 계획도 그렇다. 권혁세 금감원장은 금리 비교공시가 "시장 경쟁을 통한 은행들의 자율적 금리 인하를 유도하기 위한 것"이라고 했으나, 국내 은행 영업의 비경쟁적 현실을 감안할 때 효과를 내기는 매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소비자들은 이런 식의 막연한 대책보다는 차라리 은행 대출영업의 표준적인 손익분기점이 되는 금리 수준을 공시하는 등 보다 적극적인 금리인하 유도책을 기대했던 게 사실이다.
다음달부터 개선책이 시행되면 보다 현실적인 보완이 이뤄져야 할 것이다. 특히 금감원은 대출 가산금리 체계의 공정성을 높이기 위한 구체적 방안을 따로 발표한다니 기대가 크다. '헛발질'도 반복되면 악의적 기만(欺瞞)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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