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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재 판결/ 인터넷실명제 위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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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재 판결/ 인터넷실명제 위헌

입력
2012.08.23 12: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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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인터넷실명제는 헌법재판소의 위헌결정으로 결국 5년 만에 사라지게 됐다. 이에 따라 네티즌들은 이제 실명인증 절차 없이 사이버 공간에서 자유롭게 자기 의견을 표현할 수 있게 됐다. 다만, 포털 등은 댓글 시스템을 바꿔야 하기 때문에 실명확인 없이 글을 올리려면 며칠 시간이 걸릴 수 밖에 없다.

인터넷실명제란 하루 평균 이용자수가 10만명 이상인 인터넷 게시판에 댓글 등을 남기려면 인적 사항을 먼저 등록 및 확인토록 하는 제도로 지난 2007년7월부터 시행됐다. 인터넷 상에서 익명으로 난무하는 인신공격, 명예훼손, 허위사실유포 등을 막기 위해 '사이버 치안'확보차원에서 도입됐지만, 처음부터 표현의 자유를 가로막는다는 비판이 제기되는 등 찬반양론이 뜨거웠다. 그럼에도 정부는 애초 하루 이용자 30만명 이상 포털로 시작했다가 10만명 이상으로 확대하는 등 인터넷 실명제 적용을 점점 더 강화해왔다.

사실 인터넷 실명제는 표현의 자유침해뿐 아니라 실효성도 없다는 지적이 많았다. 유튜브 등 해외사이트들은 "세계적으로 전례가 없고 본사 방침에 배치된다"는 이유로 인터넷실명제 적용을 실질적으로 거부했고, 트위터 페이스북 등 사회관계형서비스(SNS) 역시 실명제 대상에서 제외됐다. 특히 요즘은 인터넷과 SNS가 연동돼 사실상 본인확인 절차 없이도 댓글을 남길 수 있게 됨에 따라, 인터넷실명제는 사실상 무용지물로 전락한 상태다.

뿐만 아니라 인터넷 실명제 시행 이후에도 악성 댓글은 끊이질 않았고 이로 인해 연예인이나 10대 청소년들이 목숨을 끊는 사건이 계속되자, 인터넷실명제는 존재감마저 무력해졌다. 괜히 주민번호만 입력토록 해 개인정보유출의 빌미만 준다는 지적, 주민번호가 없는 외국인들의 인터넷 게시판 이용을 어렵게 하는 역차별 논란까지 시행기간 내내 비판은 끊이질 않았다.

네티즌들이나 인터넷업계에선 이번 헌재 결정을 환영하고 있다. 주요 포털로 구성된 한국인터넷기업협회 관계자는 "인터넷 생태계를 왜곡시키고 인터넷 기업들의 경쟁력을 저해시켰던 실명제가 폐지돼 다행"이라며 "이번 결정이 한국 인터넷 산업의 혁신과 발전을 가로막는 여러 가지 관행 규제들에 대해서도 전반적인 개선을 검토하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문제는 인터넷실명제가 사라진 이후, 사이버 질서를 어떻게 유지하느냐에 있다. 어차피 인터넷실명제도 무기력하긴 했지만, 익명이 보장됨에 따라 더 난무할 수도 있는 악성 댓글과 이로 인한 피해를 어떻게 해결할 지 현재로선 대책이 없는 상태다. 당장 12월 대선을 앞두고 상대 정치인에 대한 무차별 '댓글 테러'상황도 예상된다.

주무부처인 방통위도 사실상 수수방관하는 분위기다. 방통위는 이날 헌재결정 이후 입장자료를 통해 "헌재 결정의 내용과 취지를 바탕으로 명예훼손 분쟁 처리 기능을 강화하고 사업자 자율 규제 활성화 등 보완 대책을 내놓겠다"고 밝혔지만, 실제론 "악성 댓글 등에 대한 대책은 없는 상태"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업계 관계자는 "위헌소송이 제기된 게 2년 전인데 방통위가 아무 대책이 없다는 건 무책임하고 안이한 태도"라며 "어떤 형태로든 정부가 후속 대책을 내놓아야 한다"고 말했다.

최연진기자 wolfpack@hk.co.kr

허재경기자 rick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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