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시장 긴급점검에 나선 정몽구 현대ㆍ기아자동차그룹 회장이 도요타, 혼다, 닛산 등 일본 메이커들의 파상 공세에 대한 유일한 대응책은 '첫째도 품질, 둘째도 품질'이라고 강조했다. 어떤 경우든 '제값 받기' 전략을 포기해선 안되며, 제 값을 받으려면 품질이 뒷받침돼야 한다는 것이다.
정 회장은 22일(현지시간) 기아차 조지아 공장을 방문, 3교대제로 전환돼 생산량이 확대되고 신차종이 투입된 생산라인을 둘러보며 품질상황을 집중 점검했다. 그는 공장 경영진들에게 "생산물량이 늘어난다고 해서 품질에 손상이 가선 절대로 안 된다. 생산량이 늘어나는 만큼 오히려 품질도 한 단계 높여야 한다"고 주문했다.
기아차 조지아 공장은 지난해 6월부터 기존 2교대제에서 3교대제로 근무형태를 변경, 연간 생산능력을 총36만대(기존 30만대)로 늘렸다. 오는 9월부터는 대표 모델인 K5이 본격 생산한다. 역시 연산 30만대이던 현대차 앨라배마 공장도 내달부터 3교대제에 들어간다.
현재 미국시장은 글로벌 자동차업체들의 최대 격전지다. 무엇보다 대지진 리콜 엔고 등의 온갖 악재에서 벗어난 일본 메이커들이 시장지배력 회복을 위해 총공세를 펼치고 있다.
현대ㆍ기아차의 올 상반기 미국 현지 생산ㆍ판매는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두 자릿수 증가율을 유지했다. 하지만 도요타가 대대적인 물량공세로 150%의 성장세를 보였고, 그 결과 10%에 육박했던 점유율은 다시 9% 밑으로 떨어졌다. 특히 7월 들어 도요타와 혼다가 각각 23.9%, 46.4% 성장세를 보인 반면 현대차는 4.1% 판매증가에 그쳤다.
정 회장이 급거 미국행 비행기를 탄 것도 이런 맥락에서다. 이대로 가다가는 일본업체들에게 밀려나, 어렵게 얻은 프리미엄 이미지도 놓칠 수 있다는 위기의식을 갖고, 직접 미국시장을 점검해야겠다고 판단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현대차와 기아차는 물량부족이 심화되고 있는 상황. 미국 오토모티브뉴스에 따르면 이달 1일 기준 차량 재고일수는 현대차가 전월보다 7일 줄어든 21일, 기아차가 5일 줄어든 27일로 업계 최저수준이다. 도요타의 재고 일수는 40일, GM은 79일이다. 더욱이 현대차 울산공장은 비정규직의 정규직화를 놓고 부분 파업이 반복되고 있어, 적기공급은 더 힘든 상황이다. 현대차 관계자는 "지난달부터 파업으로 인한 생산차질이 8만8,000대를 넘어섰고, 7월 전체 및 미국 시장 수출도 25%가 감소했다"고 설명했다.
한편 정 회장은 이날 네이슨 딜 조지아 주지사, 색스비 챔블리스 조지아주 상원의원을 잇따라 면담하며 현지공장에 대한 지원을 당부했다. 특히 챔블리스 의원은 "의정활동용 차량을 K9으로 교체하겠다"며 현지에 투자한 기아차에 대해 감사를 표시했다.
유인호기자 yi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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