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년 전 미국 공화당 전당대회에 찬물을 끼얹었던 불청객이 또 다시 모습을 나타났다. 공화당은 2008년 미네소타주 세인트 폴에서 전당대회를 열었는데 그때 허리케인 구스타브의 공습을 받았다. 대회 일정이 축소되고 공화당 대선후보 존 매케인은 유세 대신 피해 현장을 찾아가 이재민을 위로했다.
27일부터 나흘간 공화당 전당대회가 열리는 플로리다를 향해 이번에는 열대폭풍 아이작이 접근하고 있다. 카리브해에서 점차 세력을 확장하고 있는 아이작은 시간당 최대 풍속 72㎞로 서진하고 있는데 24일 허리케인으로 발달한 뒤 내주 초 플로리다 남서부를 지날 가능성이 크다. CNN은 아이작이 어떤 경로로 움직이든 전당대회장인 탬파가 그 영향권의 한 가운데 있다고 전했다.
그렇지 않아도 전당대회에 대한 유권자의 관심이 낮아 고민 중인 공화당은 4년 전 악몽이 반복될까 초비상이 걸렸다. 시간당 풍속이 154㎞를 넘으면 강제 소개령이 내려져, 플로리다 주민 수백만명이 대피하는 상황이 일어날 수 있다. 공화당은 아이작의 경로를 파악한 뒤 구체적인 대책을 내놓을 예정이나 일정 조정이 불가피해 보인다. 1억5,000만달러의 전당대회 경제효과를 기대했던 탬파의 봅 버크혼 시장은 "아이작의 강습에 대비하고 있으며 전당대회를 취소할 수도 있다"며 흥행보다 안전을 택할 것임을 강조했다.
CBS, NBC, abc 등 3대 메이저 방송사들은 모든 전당대회 행사를 생중계하기로 했던 약속을 깨고 시청자가 많은 프라임 타임의 중계를 줄이기로 했다. 정치무관심이 퍼져 흥행이 안 되자, 시청자 선호 프로그램으로 대체키로 한 것이다. 전당대회를 통해 미트 롬니 공화당 대선 후보를 전국에 알리려던 공화당으로선 허리케인에 이은 또 다른 타격이다. 27일 롬니의 부인 앤의 연설만 해도 일정이 조정되지 않는 한 전파를 타지 못한다.
워싱턴=이태규특파원 tg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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