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인의 결정적 증거인 시신이 발견되지 않아 혐의 입증이 어려운 '시신 없는 살인사건'2건에 대해 대법원이 엇갈린 판결을 내렸다. 시신이 없더라도 피고인 스스로 범행을 자백하고 진술의 신빙성이 인정되는 경우에는 유죄가, 피고인이 혐의를 일관되게 부인하는 경우에는 무죄가 각각 선고됐다.
대법원 3부(주심 신영철 대법관)는 23일 동료들과 짜고 회사 사장을 살해한 혐의로 기소된 김모(58)씨에게 징역 4년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재판부는 "김씨의 자백에 신빙성이 있다고 판단해 1심 무죄 판결을 깨고 유죄를 선고한 원심 판결은 정당하다"고 밝혔다.
강원 평창군에서 공장을 운영하던 강모씨가 실종된 지 11년 만인 지난해 2월, 위암 말기로 죽음을 앞두고 있던 양모씨는 경찰에 강씨를 살해했다고 털어놓았다. 당초 목격자로 알려졌던 김씨는 범행 가담 사실을 자백해 기소됐다. 1심 재판부는 김씨가 범행을 자백했지만 다른 피고인들과 진술이 엇갈리고, 양씨도 김씨를 공범으로 지목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김씨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그러나 2심 재판부는 김씨가 실제로 범행을 저지르지 않았다면 알 수 없는 사실들을 진술했다고 판단해 유죄를 선고했다. 양씨는 사건을 자백한 직후 숨졌고, 그가 지목한 장소에서 강씨의 시신이 발견되지 않아 재판 과정에서는 검찰과 변호인 측 공방이 치열했다.
한편 대법원 3부는 이날 동료를 살해한 뒤 시신을 유기한 혐의로 기소된 방글라데시인 M(37)씨에게는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재판부는 "살인과 사체유기에 대해 범죄사실 증명이 없다고 본 원심은 정당하다"고 판결했다.
M씨는 2010년 5월 경남 함안군의 한 중소업체 기숙사에 들어가 같은 방글라데시인 동료를 살해한 뒤 시신을 차량에 실어 내다버린 혐의로 기소됐다. 원심은 "피고인이 일관되게 혐의를 부인하고 있고 시신을 찾을 수 없는 점을 감안할 때 피해자가 살해당한 것이 아니라 단순히 행방불명됐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며 M씨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이성택기자 highnoo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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