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00여년 前 항일의 흔적 보듬고… 한민족의 찬란한 새 희망을 보았다
러시아 블라디보스톡을 출발해 모스크바까지 7박8일 밤낮으로 쉬지 않고 9,446Km를 달리는 시베리아 횡단열차. 지구 둘레의 약 4분의 1에 달하고, 출발지와 목적지의 시차가 11시간이 나는 엄청난 거리다. 러시아인들도 한 번에 전 구간을 타본 이들이 드물고 이 열차를 타면 세상이 달라 보인다고 할 정도로 쉽지 않은 여정이다. 창 밖은 지평선이 보이는 평야와 자작나무 숲, 늪지 등이 끊임없이 반복된다.
1907년 고종의 특사 이준 열사는 두 달여간 이 길을 따라 세계평화회의가 열리는 네덜란드의 헤이그까지 갔다. 이후 시베리아횡단열차는 외세의 침략에 고단하고 굶주린 식민지 백성들이 새로운 땅을 찾아 떠나는 길이 됐고, 열차가 지나는 도시인 블라디보스톡 우수리스크 하바로브스크 자유시(스보보드니) 이르쿠츠크 등은 조선 독립군들의 근거지이자 이동 통로가 됐다. 그리고 끝내 타국에서 환영 받지 못한 고려인들의 강제 이주라는 아픔이 서린 길 중 하나이기도 했다.
지령 2만호를 맞은 한국일보는 12일부터 22일까지 이 길을 다시 더듬는 시베리아 횡단열차 역사대장정을 성공적으로 마무리했다. 행사를 공동주최한 국제한민족재단과 여성가족부의 추천과 자원을 받은 애국지사와 다문화가정 자녀 및 정치·역사학과 교수진 등 33명의 대원이 동승했다. 대원들은 긴 여정 동안 독립운동 유적지를 둘러보고 열차 내 강의를 들으며 한민족의 독립운동사를 되짚었다.
시베리아 횡단열차=김주성기자 poe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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