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도 영유권 분쟁과 관련, 국제사법재판소(ICJ) 제소라는 강수를 들고 나온 노다 요시히코(野田佳彦) 내각이 정작 일본 안에서는 정치적 입지를 잃어가고 있다. 야당은 물론 여당 내에서조차 총리직 사퇴를 종용하는 분위기가 팽배하다. 관료들은 총리의 허락없이 인사 정보를 흘린다. 그야말로 영이 서지 않는 상황이다. 정치권에서는 "총리가 이미 사망선고를 받은 거나 다름없다"는 비아냥이 나온다.
22일 산케이(産經)신문에 따르면 노다 총리는 최근 한국 미국 중국 등 주요 3국의 대사를 한꺼번에 교체한다는 언론 보도에 대해 "대사 인사를 허락한 적이 없다"며 불쾌감을 표시했다. 각국 대사 인사에 앞서 열리는 총리 주도의 각료인사검토회의를 거치지 않은데 대한 불만이다. 1997년 시작한 이 회의에서 대사 후보로 거론된 인물이 나중에 바뀌는 경우도 적지 않았다. 외무성 내부에는 "다른 적임자가 없다"는 입장이지만 총리 측근들은 "총리를 무시한 채 의도적으로 언론에 정보를 흘린 것"이라고 말한다.
내달 21일로 다가온 민주당 대표 선거를 앞두고 당내 반대파와의 일전도 예상된다. 여당 대표가 총리직을 맡는 일본 정치 특성상 이 선거는 새 총리를 선출하는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소비세 증세, 원전 재가동,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등 노다 총리의 정책에 반대하는 민주당 내 의원그룹은 이달 말 민주당부활회의를 결성, 후보를 옹립하기로 했다. 당내에서 노다 총리와 반목중인 하토야마 유키오(鳩山由紀夫) 전 총리도 다른 사람을 당대표 후보로 추천할 계획이다. 오카다 가쓰야(岡田克也) 부총리, 마에하라 세이지(前原誠司) 정조회장 등 당내 주류파들이 노다 총리를 지지하지만, 당내에는 "노다 총리로는 중의원 선거에서 패배할 가능성이 크다"며 새 인물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다.
중의원 해산과 총선거를 요구하는 야당의 압박도 거세다. 와키 마사시(脇雅史) 자민당 참의원국회대책위원장은 21일 "노다 총리의 문책결의안을 29일 내기로 했다"며 "다시는 총리를 참의원에서 보지 않겠다는 의사표시"라고 강조했다. 야당이 참의원의 과반을 차지하고 있어 노다 총리의 문책결의안이 통과될 가능성은 높은 편이다.
한편 외무성의 한미중 3국 대사 동시 교체 방침에 따라 경질 대상에 포함된 무토 마사토시(武藤正敏) 주한대사가 22일 소환 12일만에 한국에 귀임했다. 일각에서 무토 대사가 복귀하지 않고 후임 대사가 바로 부임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왔던 상황이라, 교체 사실을 알지 못했던 노다 총리가 신임 주한대사를 언제쯤 파견할 지에도 관심이 쏠린다.
도쿄=한창만특파원 cmhan@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