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부러 그런 것도 아닌데. 홧김에 한 것을 굳이 상담해서 뭘…."(강간치상 전과자 A씨) "어떨 때는 '이 사람은 정말 이상하다' 싶은데 더 교육할 여건이 안돼요."(3년 경력 치료 담당자)
성범죄 전과자들의 잔혹한 재범이 잇달아 발생하고 있지만 이들을 교화할 성폭력 치료 프로그램은 유명무실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20일 서울 광진구에서 주부를 성폭행하려다 살해한 서모(42)씨도 지난해 출소 이후 40시간 프로그램 수강 명령을 이수했지만 왜곡된 성충동은 그대로였고 결국 무고한 시민의 목숨까지 빼앗았다.
22일 국무총리실 산하 한국형사정책연구원의 '성범죄자 재범 방지를 위한 치료프로그램 개발연구' 보고서에 따르면 전국 10곳의 보호관찰소ㆍ교도소 성폭력 치료프로그램을 이수한 성범죄자 45명을 심층 면담한 결과, 수강 이후 '과거의 실수를 자제하거나 피할 수 있었냐'는 질문에 '그렇다'고 답한 비율은 49%(22명)로 절반도 안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런 것은 없다'는 응답이 31%(14명), 무응답 등 기타 답변이 20%(9명)였다. 성범죄자들의 일탈과 반사회성을 치료할 사실상 유일한 강제적 프로그램의 수강자 절반이 전혀 변하지 않았다는 뜻이다. '인생에 도움이 됐냐'는 질문에는 '도움이 됐다'는 응답자가 71%(32명)였고 '도움이 안됐다' 22%(10명), '모르겠다' 7%(3명)로 답했다.
보호관찰소ㆍ교도소의 치료프로그램 27건을 분석한 결과 프로그램 운영시간은 보호관찰소가 평균 39.8시간, 교도소가 평균 61.5시간에 불과했다. 선진국은 통상 200~300시간에 이른다. 연구진은 "성범죄자들의 행동 변화를 기대하기엔 교육 시간이 부족하다"며 "24시간 전과자의 행동을 추적할 수는 없기 때문에 이들이 이성적 판단을 하지 못하는 한 전자발찌, 신상정보공개도 사실상 무용지물"이라고 지적했다.
재범 우려가 있는 고위험군 성범죄자의 분리가 안되고, 치료 담당자의 전문성을 키울 시스템이 없다는 점도 문제다. 치료 담당자들은 연구진과의 심층면담에서 "교육을 하면서도 산으로 가는지 바다로 가는지 모르고 한다", "수강자 절반이 의자를 던지는 등 (행패를 부려) 교육이 제대로 안됐다"고 털어놓기도 했다.
윤정숙 형사정책연구원 부연구위원은 "성범죄 재범 고위험군은 선별해 별도의 장기 치료를 실시해야 하고, 추가 약물치료나 성도착증 치료가 필요한지 이후 경과는 어떤지 확인하는 임상평가도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김혜영기자 shin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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