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자가게 주인 안씨에 대해 세상과 오래 격리시킬 수 있는 엄중한 처벌을 원합니다."
자신이 아르바이트를 하던 피자가게 사장에게 성폭행을 당한 뒤 스스로 목숨을 끊은 충남 서산 여대생의 고모인 이모(50)씨는 치밀어 오르는 분을 삭이지 못한 채 이같이 말했다. 22일 오후 서산 읍내에서 만난 이씨는 그 동안 조카의 고통을 알아주지 못한 미안함과 가해자에 대한 분노가 교차하는 표정이 역력했다.
"속이 깊은 아이였어요. 겉으로 내색을 않느라 얼마나 힘이 들었을까"고모는 집안에 누가될까 봐 자신의 고통을 밖으로 알리지 못하고 끙끙 앓았을 조카가 하염없이 안쓰러울 뿐이었다."8년 전 오빠를 교통사고로 잃은 후 7살짜리 늦둥이 동생을 본 그 아이는 너무 기뻐했어요. 밝은 성격으로 집안 전체 분위기를 그 아이가 이끌어 갔는데…"라며 그는 말을 잇지 못했다.
고모 이씨는 장례를 치르면서도 착하고 순진하기만 한 조카가 왜 자살을 했는지 처음엔 납득하기 힘들었다고 했다. 그는 그러나"얼마 전 경찰을 통해 조카의 핸드폰에 남아있는 유서를 읽고 가족 모두가 하늘이 무너지는 큰 충격에 빠졌지만 이젠 진실을 밝히고 가해자에 대한 사법당국의 엄중한 처벌을 요청해야 한다는 일념으로 살아가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특히"협박을 얼마나 어떻게 받았는지는 경찰이 문자메시지와 카카오톡을 복원해봐야 알겠지만 유서를 보면 조카가 엄청난 시달림을 당했던 것이 분명하다"며"그 아이가 '철저히 수사해서 사형을 시켜 달라'고 한 것을 보면 그 고통의 깊이를 느낄 수 있지 않느냐"고 반문했다. 그는 그러면서"비록 직접 죽이지는 않았다고 하지만 이건 살인이나 마찬가지"라며 "강력한 처벌이 이루어져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특히"엄중한 처벌이 이뤄지지 않는다면, 앞으로 또 다른 아르바이트생 가운데 제2, 제3의 희생자가 나오지 말라는 법이 없다"고 그는 주장했다. 그는"사장이 아르바이트생들에게 평소 음담패설을 자주하고 얼굴이나 몸매 등을 선발 기준으로 삼았다는 말을 주변에서 들었다"며"가족들이 어려움을 무릅쓰고 실상을 알리려는 것은 당국에 재발 방지를 위한 대책 마련을 촉구하는 의미도 크다"고 강조했다.
서산지역 시민사회단체들도 이번 사건을 계기로 지역 아르바이트 실태 파악에 나섰다. 서산YMCA와 풀뿌리 지역연대 등 9개 시민사회단체들로 구성된'서산 아르바이트대학생 성폭행피해 대책위'는 22일부터 1만명을 목표로 가해자의 엄한 처벌을 촉구하는 서명운동에 들어갔다. 대책위는 또 관ㆍ학계, 경찰, 시민단체 등이 참여하는 시민좌담회를 열어 지역내 대학생들의 아르바이트 실태 조사를 실시하고, 아르바이트생 고용과 노동조건, 고용주의 성교육 등을 규정한 조례 제정도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박상언 서산YMCA사무총장은"이번 사건처럼 아르바이트생들이 성적인 피해를 당해도 항변할 곳이 없는 것이 현실"이라며"이제 국가와 지역사회가 적극적인 대책 마련에 나서야 할 때"라고 말했다.
서산=허택회기자 thhe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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