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은 봄과 마찬가지로 결혼성수기입니다. 그래선지 한 여름 무더위가 물러가자마자 여기저기서 청첩장이 날아듭니다. 올해는 특히 지난 5월 윤달을 피해 결혼을 미뤘던 예비 부부들이 많아 더욱 그런 것 같습니다.
요즘 젊은 커플들은 호텔에서 식을 올리는 경우가 무척 많아졌습니다. 흔히 호텔결혼식이라고 하면 일부 부유층 자제들이나 연예인들의 초호화 예식을 떠올리게 됩니다. 하지만 최근 호텔 웨딩에도 변화가 일고 있습니다. 불경기 탓도 있겠고, 호텔의 문턱이 낮아진 것도 원인이겠지만, 결정적인 것은 젊은 커플들의 달라진 가치관 때문입니다.
이들은 이전 세대처럼 그랜드 볼룸에서 수 백~수 천 명의 하객을 모아놓고 거창하게 식을 올리던 것과는 달리 100명 내외의 소규모 결혼을 선호한다고 합니다. 비용도 줄이고 내실 있게 자기들만의 추억을 만들겠다는 것인데요.
예비부부들의 새로운 트렌드에 발맞춰 호텔들도 소규모 웨딩에 맞는 공간을 마련 중입니다. 지난해 초 60명 정원의 스카이웨딩홀을 만든 인터컨티넨탈서울코엑스는 지난해 6건에서 올 들어 현재 20건으로 이용률이 급증했습니다. 호텔 안의 바(bar)를 결혼식 때마다 150명 규모의 웨딩홀로 탈바꿈시키는 잠실 롯데호텔월드도 지난해 30여건에서 올 연말 50건의 식을 올릴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동시에 평일 웨딩도 늘었습니다. 핵심 멤버들만 초대하니 굳이 주말을 고집할 이유가 없기 때문입니다. 리츠칼튼에서는 월ㆍ화요일 예식 시 비용의 25%를 할인해 주는 '몽투스웨딩'패키지를 진행 중입니다. 목ㆍ금요일 60명 규모의 웨딩패키지를 운영하는 임피리얼 팰리스는 올 현재 20건의 예식을 치러 벌써 지난해 수준(27건)에 육박하고 있습니다.
가격도 호텔치고는 저렴해졌습니다. 참석인원 자체가 줄다 보니 총 예식비용의 70~80%를 차지하는 식사비가 절반 이상 감소했습니다.
과거 호텔 결혼식은 가까운 지인은 물론 멀리 지방에 사는 친인척들까지 모두 초대하는 가문의 가장 큰 행사였고, 심지어 양가의 세를 과시하는 자리로 변질되기도 했지요. 이런 점에서 최근 예비 부부들의 실용주의적인 태도는 바람직해 보입니다. 호텔업계도 새 고객들을 맞기 위한 변신을 거듭하고 있어 앞으론 어떤 결혼식 풍경이 펼쳐질지 사뭇 기대가 됩니다.
김현수기자 ddacku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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