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연말 세종시로 이전하는 기획재정부의 중간간부 10명 중 8명은 월 100만~150만원의 추가 비용이 들더라도 '세종 기러기'를 선택할 것으로 조사됐다. 자녀교육 등의 문제 때문에 가족은 서울에 두고 홀로 내려가는 '두 집 살림'을 하겠다는 것이다.
22일 한국일보가 세종시 이전을 100여일 앞두고 재정부 국ㆍ과장 36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전체의 80%가량인 29명이 '혼자 내려가겠다'고 밝혔다. '가족과 함께 내려간다'는 간부는 4명(11.1%)에 불과했고, '아직 결정하지 못했다'는 답변은 3명이었다. 재정부는 국무총리실(9월)에 이어 두 번째로 12월 10일부터 세종시로 모든 부서가 이전한다.
'혼자 내려가겠다'고 밝힌 간부의 대다수(23명)는 그 이유로 자녀교육 문제를 꼽았고, 맞벌이(5명), 연로한 모친의 부적응 우려(1명)가 뒤를 이었다. 중ㆍ고교에 다니는 두 자녀를 둔 A과장은 "교육여건이 전혀 안 갖춰진 곳에 가족을 데리고 갈 순 없다"며 "과장급 동료 대부분이 교육 문제 때문에 혼자 내려간다"고 전했다. '가족과 함께 내려간다'고 응답한 중간간부 4명은 현재 자녀가 초등학생이거나 미취학 아동이었다.
'세종시 기러기'를 택한 29명 중 주거 및 교육환경이 추후 조성되더라도 가족과 함께 내려가겠다고 답한 사람은 1명에 불과했다. 그마저도 '배우자가 동의할 경우'라는 전제를 깔았다. B국장은 "정년이 몇 년 남지 않은 국장들이 굳이 내려갈 이유가 없고, 과장급도 해외 파견 근무가 잦아 서울 기반을 버리기 힘들다"고 말했다.
이들은 '두 집 살림'으로 매월 100만~150만원의 추가 비용이 더 들 것으로 예상했다. 월급이 그만큼 깎이는 역효과가 생기는 셈이다.
혼자 내려가기로 한 29명 중 9명은 아파트 등을 분양 받았고, 나머지 20명은 원룸을 구하거나 서울에서 출ㆍ퇴근할 생각이다. 공무원 노조는 한시적(1년)으로 서울~세종시 간 셔틀버스 운영을 요구 중이나, 행정안전부는 예산을 이유로 주 2회 이상은 힘들다는 입장이다.
이대혁기자 selected@hk.co.kr
배성재기자 passio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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