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여의도 한복판에서 무차별 흉기난동이 벌어져 시민 4명이 크게 다치는 충격적인 사건이 22일 발생했다. 범인은 직장에서 해고된 불만으로 전 직장동료뿐 아니라 길가던 시민들에게 칼을 휘둘렀다. 최근 의정부, 수원에 이어 잇달아 발생한 ‘묻지마 칼부림 사건’은 불특정 다수를 향한 증오범죄 성격이어서 사회적 차원에서 총체적 대책이 필요하다는 전문가들의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이날 오후 7시18분쯤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동 국회 맞은편 렉싱턴호텔 인근에서 김모(30)씨가 도로를 걸어가던 자신의 전 직장인 A신용평가회사의 상사였던 김모(32)씨와 동료였던 조모(31ㆍ여)씨를 뒤에서 흉기로 마구 찔렀다.
범행 직후 달아나던 김씨는 한 시민이 인근 가게의 의자를 던지며 가로막자 범행 장소로 돌아와 조씨를 다시 한번 찔렀다. 이를 목격한 시민들이 발로 걷어차며 막아서자 김씨는 방향을 바꿔 국회 쪽으로 난 도로로 달아나기 시작했다. 김씨는 도주하면서 행인 김모(32)씨의 옆구리를 흉기로 공격했고, 이어 부근에 있던 또다른 행인 안모(32ㆍ여)씨의 등과 어깨를 칼로 5차례 가량 찔렀다.
뒤쫓아오던 시민들에게 몰려 막다른 골목에 몰린 김씨는 흉기를 들이대며 5분 가량 대치했다.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이 도착하자 김씨는 자신의 목에 흉기를 대고 10분 정도 대치하다 오후 7시40분쯤 경찰이 쏜 테이저건(전기총)을 맞고 검거됐다.
전 직장상사 김씨는 생명이 위독한 상태이며, 다른 3명도 중태인 것으로 알려졌다.
김씨는 경찰 조사에서 “전에 근무하던 회사 팀장인 김씨와 동료인 조씨가 나를 이용만 하고 회사에서 퇴사하게 만들었다"며 "혼자 죽기가 억울해 이들을 해치려 했다"고 진술했다.
이윤호 동국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개인의 박탈감과 사회적 증오가 결합된 무차별 범죄는 언제 어디서 폭력을 행사할지 예측불가능하기 때문에 사회정책적 접근이 이뤄져야 한다”고 우려했다.
송옥진기자 clic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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