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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정치 1번가 '핏빛 퇴근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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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정치 1번가 '핏빛 퇴근길'

입력
2012.08.22 16: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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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여의도 한복판이 22일 퇴근길에 아비규환의 현장이 됐다. 지난 18일 의정부 전철역, 지난 21일 수원 정자동에 이어 또다시 서울에서 '묻지마 칼부림' 사건이 벌어졌다. 시민들은 충격에 빠졌고 치안 부재 상황에 대한 불안이 커지고 있다.

◆아수라장으로 변한 여의도 번화가

이날 오후 7시18분쯤, 퇴근을 서두르는 직장인들과 약속장소로 가는 시민 수백여명이 각종 사무실과 상가, 식당가가 어우러진 여의도 내 가장 번화한 거리인 렉싱턴호텔 앞으로 쏟아져 나오고 있었다.

이때 김모(30)씨가 갑자기 남녀 행인 2명을 향해 20~30㎝의 날카로운 흉기를 휘두르자 이곳은 일순 아수라장으로 변했다.

한 목격자는 "남자가 흉기를 휘두르자 놀란 시민 수십여명은 한꺼번에 옆에 있던 빵집 안으로 몸을 피했다"며 "무차별 흉기난동이 눈앞에서 벌어진다는 사실에 모두 넋을 잃었다"고 당시 상황을 말했다.

김씨는 20여분 동안 50m 정도 반경의 거리를 돌아다니며 행인 4명을 마구 칼로 찔렀다. 놀란 시민들의 비명소리가 곳곳에서 터져나왔고 도로에는 선혈이 낭자했다.

◆용감하고 침착했던 시민들

하지만 사건 현장을 목격한 시민들의 과감하고도 침착한 대응은 추가 피해를 막는 데 결정적 역할을 했다. 시민들은 카페의 의자를 던져 범인을 제지했고, 범인을 추격해 막다른 골목으로 몰아넣고 대치하기까지 했다.

이각수(51ㆍ명지대 무예과 합기도 교수)씨는 일행 계진성(41)씨와 함께 인근 빵집 앞에서 차를 타려다 범인이 칼로 여성을 찌르는 것을 목격하고 그를 뒤쫓기 시작했다. 합기도 고수인 이씨는 범인을 순간적으로 발로 한 대 걷어찼다. 그러자 범인은 달아나면서 길 가던 남성의 옆구리를 찔렀고, 다시 마주 오던 여성의 어깨를 찔렀다.

이씨는 "그것을 보고 많은 피해자가 나오면 안되겠다는 생각밖에 들지 않아 범인을 추격했다"고 말했다. 이씨는 범인이 막다른 골목으로 들어가자 따라 들어가 그와 대치했다. 범인은 칼은 내밀고 "다가오면 죽인다"고 위협했지만 이씨는 조금씩 다가갔다. 범인은 칼을 목에 대면서 "오면 죽는다"며 자해하려는 듯한 제스처를 취했다. 행인들이 몰려들었고 뒤이어 경찰이 도착했다.

◆해고 불만 화풀이 범행

범인 김씨는 A신용평가회사 전 직원. 이 회사 사무실은 사건 현장에서 불과 30여m밖에 떨어져 있지 않다. 김씨가 최초로 흉기를 휘두른 30대 남녀 김모(32), 조모(30)씨는 경찰 조사결과 김씨의 전 상사와 동료였다. 범인 김씨는 퇴근 무렵 이 회사 부근에서 은신해 있다가 사무실을 나오는 이들을 뒤쫓아가다 찌른 것으로 추정된다.

김씨는 검거된 후 경찰 조사에서 "회사의 합병 과정에서 내가 해고됐다"며 "자살을 생각했지만 혼자 죽기는 억울해 나를 음해하고 괴롭혔던 두 사람을 해치려 했다"고 진술했다.

◆무차별 흉기난동 왜 발생하나

최근 1주일 사이 세 차례나 발생한 무차별 흉기난동 사건은 소외계층의 상대적 박탈감과 사회에 대한 증오가 맞물려 나타난 결과로 전문가들은 분석했다. 이윤호 동국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특정한 대상을 향해 가해지는 전통적인 폭력범죄와 달리 일련의 무차별 흉기난동은 미국 등 선진국형 증오범죄라 볼 수 있다"며 "우리 사회에서 더 늘어날 수 있다는 게 큰 문제"라고 우려했다.

경찰청 프로파일러 권일용 경감은 "1980, 90년대 미국과 일본에서 많이 나왔던 범죄여서 경찰에서도 모니터링을 하고 있다"며 "개인적 성향과 사회적 스트레스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것이어서 사회적 차원에서 총체적 대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동현기자 nani@hk.co.kr

박민식기자 bemyself@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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