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탱크주의'명가는 부활할 수 있을까.
대우일렉트로닉스(이하 대우일렉)를 인수할 우선협상대상자로 동부그룹이 내정됨에 따라, 이제 대우일렉은 13년 만에 주인을 맞게 됐다. 모그룹(대우) 해체와 워크아웃 지정, 최근 7년 간 다섯 번이나 매각이 시도됐으나 무산되는 우여곡절 끝에 탄탄한 국내 대기업 인수가 사실상 확정됨에 따라 대우일렉은 옛 영광 재현의 꿈에 부풀게 됐다.
대우일렉은 외환위기 이전 삼성전자 LG전자와 함께 국내 가전시장을 삼분했던 대우전자의 바뀐 이름이다. 강하고 튼튼한 제품이란 뜻에서 '탱크주의'를 표방하며, 국내는 물론 세계 가전시장에서도 이름을 날렸다.
하지만 대우그룹 해체로 워크아웃이 시작되면서 뼈아픈 구조조정과 감원이 반복됐다. TV 컴퓨터 반도체 등 관련사업은 모두 정리돼 현재는 세탁기 냉장과 전자레인지 등 백색가전만 남은 상태. 한때 1만2,000명에 달했던 인원은 지금 10분의 1(1,300여명) 수준까지 줄었다.
업계에선 대우일렉이 살아남은 것 자체가 '기적'으로 평하고 있다. 핵심인력이 이탈하고 신규투자가 사실상 중단된 상황에서도 4년 연속 흑자를 내고 있는 것이다. 특히 전체 매출의 약 85% 이상이 수출일 만큼, 해외에선 여전히 경쟁력을 인정받고 있는데 ▦칠레와 페루에선 양문형 냉장고 시장 점유율은 1위를 달리고 있고 ▦쿠바의 일반 세탁기 및 페루의 드럼 세탁기 시장에서도 각각 1위를 차지하고 있으며 ▦멕시코의 전자레인지와 일반 세탁기 시장에서도 1위를 기록 중이다. 회사 관계자는 "중남미 지역에선 예전 대우의 브랜드파워가 워낙 강했기 때문에 지금도 대중적 인지도가 높다"고 말했다.
대우일렉은 자금력의 한계를 아이디어로 극복했다. 어차피 삼성 LG등과 정면승부는 힘든 만큼, 기발한 제품을 바탕으로 틈새시장을 공략한 것. 예컨대 '말하는 복합오븐'이나 '자물쇠 냉장고'는 해외 시장에서 큰 돌풍을 일으켰고 최근 국내에서 출시한 '벽걸이형 드럼세탁기'도 인기몰이 중이다.
대우일렉은 새로운 주인이 영입돼 투자가 재개되고 마케팅이 활성화될 경우, 백색가전에서만큼은 옛 탱크주의 신화 재현이 가능하다고 자신하고 있다. 회사 관계자는 "극심한 경기침체 속에서도 올해 매출 2조원, 영업이익 700억원 목표달성은 충분히 가능해 보인다"면서 "인수작업이 마무리되면 명가재건을 반드시 이뤄낼 것"이라고 말했다.
허재경기자 rick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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