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연합(EU)이 자신들이 발효한 시리아 경제 제재조치를 무시한 채 시리아에 담배를 팔아온 일본 담배 제조업체를 조사하고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22일 보도했다.
WSJ에 따르면 EU는 마일드세븐과 카멜 등을 생산하는 재팬타바코(JTI)의 스위스 본사가 지난해 5월부터 최근까지 시리아 국영 담배회사에 담배를 팔아온 정황이 담긴 서류를 이달 초 입수했다. EU는 지난해 초 시리아 사태 발발 이후 시리아 정부에 민간인 학살 중단을 요구하며 EU 내 금융기관과 기업들이 시리아 금융기관, 국영기업 등과의 거래를 금지하는 조치를 내렸다.
시리아 국영 담배회사는 바샤르 알아사드 시리아 대통령과 가장 가까운 사촌 중 하나인 마쿨로프 가문이 운영에 관여하고 있다. EU는 이 때문에 시리아 국영 담배회사가 JTI로부터 담배를 수입하면서 그 대가로 JTI에게 도피자금 등을 마련할 수 있도록 해외 차명계좌 개설 등을 부탁했을 가능성 등을 염두에 두고 조사를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WSJ는 지난해 시리아에 수입된 JTI의 담배가 모두 8개 종류로 정확한 수입량은 측정이 힘들다면서도 수입액이 수백만 달러에 이를 것으로 예상했다.
WSJ는 종군기자들의 증언과 그들이 공개한 사진을 통해 혐의의 실마리를 찾았다고 전했다. 시리아 정부군과 반군 병사들이 담배를 피우며 휴식하는 사진에서 유독 일본 담배가 많이 포착돼 의문을 갖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EU의 한 관계자는 “사진으로 보면 반군 상당수가 일본 담배를 피우고 있다”며 “조사 결과가 모두 사실이라면 반군이 시리아 정부의 해외도피자금 마련에 도움을 준 셈”이라고 말했다.
이태무기자 abcdefg@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