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버랜드 전환사채(CB)를 인수하지 않아 제일모직에 손해를 끼쳤다며 장하성 고려대교수 등 제일모직 소액주주 3명이 이건희 삼성전자회장 등 전ㆍ현 제일모직 이사 등 3명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청구소송 항소심에서 법원은 원심판결과 같이 이 회장에게 130억여 원을 배상하라는 판결을 내렸다.
대구고법 제3민사부(홍승면 부장판사)는 22일 130여억원을 배상하라는 1심 판결에 불복, 이 회장 등이 제기한 항소심에서 “피고 이건희 등이 직접 또는 비서실을 통해 제일모직에 CB인수를 포기하도록 지시하지 않았다는 주장은 받아들이기 어렵다”며 항소를 기각하고 이 회장은 제일모직에 130억여원, 제일모직 이사 2명은 130억여원 중 이 회장과 연대해 13억∼14억원을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재판부는“에버랜드 전환사채는 피고 이건희의 장남 등에게 증여세 등 조세를 회피하면서 에버랜드의 지배권을 넘겨주기 위해 이건희 등의 주도로 이뤄졌고, 명시적 또는 암묵적으로 제일모직에 전환사채 인수를 포기토록 한 것은 업무상 배임에 해당된다”고 판단했다.
대구고법 이상오 기획법관은 “이번 판결은 대기업 회장 민 그 비서실 등의 주도로 기업지배권을 2세에게 이전하는 과정에서 기존 주주회사에 손해를 끼친 회사경영진의 손해배상 책임을 인정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대구=정광진기자 kjcheo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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