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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영화 '공모자들' 피범벅 장기밀매…임창정 악역 변신 헐거운 전반, 후반부 반전으로 몰입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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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영화 '공모자들' 피범벅 장기밀매…임창정 악역 변신 헐거운 전반, 후반부 반전으로 몰입케

입력
2012.08.22 1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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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가 튄다. 살 찢는 소리와 비명이 난무한다. 갈 데까지 간 '생양아치'들의 고함과 거친 욕지거리에 귀청은 찢어질 듯 고통스럽다. 미간이 구겨지고 때론 손바닥이 저절로 눈을 가리게 만드는 핏빛 스크린.

영화 '공모자들'은 잔혹한 현실인 장기밀매를 소재로 한다. '공모자들'을 연출한 김홍선 감독은 2009년 떠들썩하게 했던 신혼부부의 장기밀매 연루 사건을 모티프 삼아, 한국과 중국 사이 공해상의 배 안에서 장기적출과 밀매가 벌어진다는 이야기를 풀어냈다.

장기밀매로 돈을 벌던 영규(임창정 분)는 3년 전 동료를 잃은 사고로 손을 끊은 뒤, 한ㆍ중 밀수로 푼돈을 벌어 생활하는 위인이다. 그는 마음에 둔 여자 유리(조윤희)를 돕기 위해 다시 장기밀매에 나서게 된다. 영규 일당의 타깃은 휠체어에 몸을 의지한 가녀린 여인인 채희(정지윤). 남편 상호(최다니엘)과 함께 중국 여행을 떠난 채희는 여객선 안에서 납치된다. 상호는 사라진 아내를 찾아 배 안에서 동분서주하고 영규 일당은 배 안의 사우나 안에서 채희의 장기를 끄집어내려 한다.

영화 속 임창정의 눈빛은 생경하다. 코믹물에서 보아왔던 그만의 넉살이 등장하지 않는다. 장기밀매 현장총책이란 악인으로 거듭 난 임창정은 진중한 카리스마의 새 옷을 걸쳤다. 악한이면서도 좋아하는 여인에 대한 안타까운 연정과 옛 동료에 대한 연민을 페이소스 깊은 눈빛에 담아, 미워만 할 수 없는 악인의 이미지를 조각해낸다. "스릴러물을 좋아했고 언젠가는 진지한 악인의 캐릭터를 할 수 있으리라 기대하며 기다려왔다"는 그는 그 오랜 기다림의 갈증을 영규에 한껏 쏟아 부었다.

중반까지는 조금은 지루하고 긴장감도 떨어지던 극의 전개는 그들이 탄 배가 중국의 웨이하이에 닿고 난 뒤 완전히 새로운 리듬으로 변주된다. 장기적출 임무가 끝난 뒤 서로가 속고 속이는 카드놀이의 한판. 거칠고 헐겁게 느껴져 다소 실망스러웠던 극 전반의 전개가 적절한 플래시백 회상을 통해 다시 해석되면서 그 느슨했던 얼개에 마치 아교가 들러붙은 듯 스토리는 견고함을 되찾아간다. 플래시백을 통해 서사구조가 명백해지고, 각 캐릭터들이 본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하면서 후반부 영화에 대한 몰입감은 증폭한다. 30일 개봉. 청소년관람불가.

이성원기자 sungwo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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