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통신위원회가 가계 부담을 줄이기 위해 도입한 저가이동통신, 즉 가상이동통신망(MVNO) 업체들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MVNO는 기존 이동통신사의 통신망을 빌려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으로, 따로 주파수 확보나 통신망 구축 비용이 들지 않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요금이 저렴하다.
그러나 이처럼 저가이동통신은 늘어나는데 비해, 단말기는 고가 스마트폰 일색일 뿐 저가폰은 찾을 수가 없다. 가계의 통신비는 '통신요금+단말기가격'으로 짜여져 있는데, 저가통신서비스만 있고 저가단말기는 없어 정부의 통신비부담경감 정책이 '반쪽'에 머물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대형마트인 홈플러스는 21일 KT의 이동통신망을 빌려 올해 말부터 MVNO 서비스를 개시한다고 밝혔다. 홈플러스 관계자는 "전국 130여개 매장에서 가입자를 모집해 5년내 100만명을 확보하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SK텔레콤도 전국에 산재한 대형마트의 영향력을 감안해 이마트 등과 MVNO 사업을 논의 중이다. 업계 관계자는 "대형마트가 사실상 이동통신대리점 역할을 하는 셈"이라고 말했다.
앞서 CJ그룹도 계열사인 CJ헬로비전을 통해 올해 1월부터 '헬로모바일'이라는 이름으로 MVNO 서비스를 개시, 현재 가입자가 10만명에 이르고 있다. 온세텔레콤도 5월부터 '스노우맨'이라는 이름의 MVNO 서비스를 제공 중이다. 이들은 기존 이통사 대비 최대 50% 저렴한 요금으로 서비스를 제공한다.
문제는 이처럼 저가 MVNO서비스는 빠르게 확산되는데 반해, 저가 휴대폰은 찾을 수 없다는 점이다. 현재 나오는 휴대폰은 고가의 최첨단 스마트폰 일색으로, 기능은 좀 떨어져도 값이 싼 저가 스마트폰은 찾을 수가 없다. 그나마 저가 스마트폰을 만들던 SK텔레시스는 수익성 악화로 지난해 9월 스마트폰 제조를 중단했고, KT테크는 모회사인 KT에서 인수해 내년 1월까지 청산 절차를 밟고 있다.
일반폰(피처폰) 역시 SK텔레콤이 올 상반기 삼성전자와 LG전자 제품 각 1종씩 총 2종만 출시한 게 전부이고 KT와 LG유플러스는 아예 내놓지 않았다. 업계 관계자는 "일반폰이 워낙 귀하다 보니 고가의 스마트폰보다 오히려 가격이 더 비싸지는 기현상까지 벌어지고 있다"면서 "스마트폰은 보조금 등을 감안하면 구입 가격이 20만~30만원대로 떨어지지만 일반폰은 보조금 지급이 없어서 40만~50만원대에 판매되고 있다"고 말했다.
업계에선 가계 통신비 부담을 줄이려면 MVNO같은 저가이동통신뿐 아니라 저가 스마트폰도 나와야 한다고 지적한다. 업계 관계자는 "통계청이 최근 발표한 2분기 가계 소비동향에서 가구당 월 평균 통신요금은 14만8,184원으로 나오는데 이중 40~60%가 휴대폰 할부금"이라며 "저가폰이 함께 나와야 통신비 부담을 줄일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런데도 정부의 통신비 경감정책은 오로지 이동통신서비스 즉 MVNO 활성화에만 맞춰져 있다. 휴대폰 제조업체들에게 대중적인 저가 스마트폰이나 일반폰을 만들도록 독려하지도 않는다. 한 관계자는 "현재 통신서비스는 방송통신위원회가 담당하고 휴대폰은 지식경제부가 담당하고 있다. 이렇게 이원화되어 있다보니 방통위는 휴대폰에 대해선 나 몰라라하고 있고 지경부는 통신비경감은 방통위 소관이라면서 역시 수수방관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최연진기자 wolfpac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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