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의 원초적 욕망과 불안을 연극과 무용의 경계에 담아온 현대 무용가 피나 바우시(1940~2009)가 세상을 떠난 지 올해로 3년이다. 피나는 떠났지만 그가 남긴 무용단 '부퍼탈 탄츠테아터'는 변함없는 감동을 객석에 전하고 있다. 피나를 기억하는 이들은 무용단원과 관객만이 아니다. 오랜 벗인 영화감독 빔 벤더스는 무용단을 통해 피나의 흔적을 영상에 담았고, 사진작가 아내 도나타 벤더스(47)는 스틸 사진으로 피나의 정신을 기록했다.
물이 흥건한 무대 위에서 새처럼 뛰어오르는 여성 무용수를 포착한 도나타의 사진은 영화 '피나'의 포스터로 사용됐다. 거친 자연 속에서 사랑을 갈구하는, 피나의 대표 레퍼토리 중 하나인 '보름달'의 한 장면이다. 빔 벤더스의 음악다큐영화 '부에나비스타소셜클럽'에서 촬영감독으로 참여했던 도나타 벤더스는 1995년 사진작가로 전향해 다양한 영역에서 활동하고 있다. 패션지에서 할리우드 여전사 밀라 요보비치와 한국 영화배우 이나영 등을 촬영하기도 했다.
그의 첫 한국 개인전이 영화 '피나' 개봉에 맞춰 8월 30일부터 10월 26일까지 서울 서교동 갤러리 잔다리에서 열린다. 19년 전 결혼한 빔 벤더스와 뉴욕과 베를린을 오가며 활동하는 그를 서면으로 만났다.
"남편이 영화를 찍는 동안 전 방해가 되지 않게 사진을 찍었어요. 무용수들에 대한 단순한 일상의 기록을 넘어 그들이 느끼는 기쁨과 슬픔의 정취까지 담아내려고 했습니다. 무엇보다 우리의 작업은 피나에게 보내는 마지막 작별인사 같았죠."
생전에 카메라에 담기길 내켜 하지 않던 피나는 도나타의 사진 속에서 우아한 동시에 수줍은 미소를 짓고 있다. 남편 빔 벤더스와 피나 바우시에 대해 "둘은 내가 상상할 수 있는 가장 강력한 영감"이라고 말할 정도로 도나타에게도 피나 바우시는 소중한 벗이다. "2004년 파리에서 피나를 촬영할 땐 무언의 대화들이 오갔죠. 전 포즈를 요구하지 않았고, 피나 역시 어떤 것도 의도하지 않았어요. 다만 우리 둘 사이엔 믿음과 존경, 그리고 열린 마음만 있었을 뿐이죠." 오랜 시간 곁에서 지켜본 피나에 대해 도나타는 이 같은 비유를 했다. "그의 아우라는 자유롭고 여린 소녀의 감성과 여왕의 품격을 동시에 지녔다"고.
도나타의 사진은 대부분 흑백이다. 그는 그 이유를 "흑백의 빛과 그림자만으로 인간과 사물의 내면과 본질에 다가가려는 노력"이라고 설명했다. 여기에 보는 순간 가슴을 요동하는 감성 충만한 그의 작품은 사진 속 이야기를 한층 풍요롭게 해준다. 40여 점이 출품되는 이번 개인전에는 피나 바우시와 관련된 사진뿐 아니라 베를린 연작과 인물 사진 등의 대표작이 전시된다.
이인선기자 kell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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