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분짜리 피나 바우시 공연은 남성과 여성을 다룬 모든 영화보다 더 많은 것을 말할 수 있다는 사실을 믿을 수가 없었다."
빔 벤더스 감독은 천재적인 안무가 겸 무용수 피나 바우시(1940~2009)의 작품을 처음 봤을 때 느꼈던 전율을 잊을 수 없었다. '카페 뮐러'(1978)를 처음 본 뒤 피나 바우시의 작품 세계에 매료됐던 벤더스는 "그는 남성과 여성 사이의 끌림과 거부에 관한 행동의 진정한 선집(選集, anthology)을 창조했다"고 확신했다.
벤더스 감독은 1985년 바우시를 처음 만난 뒤부터 줄곧 그에 대한 영화를 찍을 생각에 사로잡혀 있었지만, 20년 이상 그와 예술적 교감을 나누면서도 어떻게 하면 잘 만들 수 있을지 확신이 없었다. 2007년 칸영화제에서 아일랜드 록 밴드 U2의 라이브 콘서트를 3D로 촬영한 영화를 본 그는 '유레카'를 외쳤다. 3차원 영상이 그가 찾던 답이었다.
2009년 6월 30일, 영화 제작을 준비하던 감독에게 비보가 날아왔다. 테스트 촬영을 이틀 앞두고 피나 바우시가 암 진단 5일 만에 세상을 떠난 것이다. 바우시의 눈을 통해 바라본 사람들과 세계를 담으려 했던 감독의 계획은 백지화될 위험에 처했다. 그를 설득한 건 부퍼탈 무용단원들이었다. 벤더스는 바우시의 작품과 단원들의 이야기를 모아 그를 추모하는 작품을 만들기로 했다.
다큐멘터리 '피나'(30일 개봉, 전체 관람가)는 언어가 아닌 움직임에 의존하는 다큐멘터리다. 피나 바우시의 일대기, 그와 그의 작품에 대한 자세한 설명을 기대했다면 실망하기 십상이다.
영화의 뼈대는 피나 바우시의 작품들이다. 무대에 오른 무용수들의 행진에 이어 '봄의 제전'(1975), '카페 뮐러', '콘탁트호프'(이상 1978), '보름달'(2006) 등 바우시의 대표작이 이어진다. 그 사이 사이 무용수들이 모노레일, 터널, 공원, 길거리 등의 공간에서 추는 독무와 파드뒤(2인무), 군무 그리고 바우시 생전의 영상 등이 담겨 있다.
'피나'는 설명보다 체험을 위한 영화다. 언어란 감정의 소통에서 아주 작은 영역에 불과하니까. "도저히 말을 할 수 없는 상황에 처할 때가 있다. 말이라는 것도 뭔가를 떠올리게 하는 것 이상은 할 수 없다. 그래서 춤이 필요한 것이다."(피나 바우시)
고경석기자 kav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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