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 그대로 압승이었다. 20일 박근혜 새누리당 대선 후보가 기록한 득표율 84.0%는 여야를 통틀어 대선 경선 사상 최대 득표율이다. 당심을 반영하는 선거인단(86.3%)은 물론 민심의 잣대인 여론조사에서도 74.2%의 득표율을 올려 사상 최고라는 기록을 연달아 경신했다.
이 같은 결과를 두고 내부의 탄탄한 결집을 통해 후보로서의 정당성을 최대치로 끌어올렸다는 평가와 함께 사당화 논란ㆍ야권의 역결집 등 역풍을 부를 여지를 남겼다는 부정적 분석이 동시에 나온다.
박 후보의 이날 득표율은 2002년 대세론을 형성했던 이회창 후보의 득표율(68.1%)은 물론 1997년 새정치국민회의 경선 당시 김대중 후보의 77.5%를 상회한 기록이다. 그만큼 새누리당 내부와 보수층의 박 후보에 대한 지지는 절대적이었다.
그렇다고 박 후보로선 '최저 투표율 속의 최고 득표율'이란 결과가 달갑지만은 않아 보인다. 드라마로 치면 시청률은 바닥인데 마니아층만 열광한 것과 마찬가지로 인식되기 때문이다. 이 같은 이유에서 2007년 경선 직후 이명박 후보가 20%포인트 이상 지지율을 끌어올렸던 것 같은 컨벤션 효과는 기대하기 어려워 보인다.
명색이 경선 2위 후보의 선거인단 득표율이 고작 6.8%에 그친 것도 사당화 논란을 재점화시킬 수 있다는 점에서 박 후보 캠프로서는 고민이다. 97년 김대중 후보와 맞선 정대철 후보와 2002년 이회창 후보와 대결한 최병렬 후보도 각각 21.8%와 18.0%를 얻은 것과 대비된다.
윤희웅 한국사회여론연구소 조사분석실장은 "당 안팎의 폭넓은 지지를 통해 후보 정당성을 구축한 만큼 향후 네거티브 공격에 쉽게 흔들리진 않을 것"이라면서도 "추대식으로 끝나 컨벤션 효과를 놓친 것은 박 후보로선 여러모로 아쉬운 점"이라고 말했다.
이날 대의원 등 1만여명이 참여한 전당대회는 결과가 예견된 만큼 각 후보 지지자 간 별다른 신경전은 펼쳐지진 않았다. 박 후보에 대립각을 세우던 비박 후보들도 경선 발표가 나오기 전에 박 후보 승리를 예상한 듯 "분열해선 안 된다", "모두 손잡고 나가자"며 화합을 주문했다.
한편 이명박 대통령은 이날 전당대회에 참석하지 않았지만 축전을 보냈다. 이 대통령은 축전에서 "경선 결과에 깨끗이 승복하고 후보자 중심으로 굳게 단결해 앞으로 나아가자"며 "새누리당은 대한민국의 자유민주주의를 지키고 번영의 길로 함께 열어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장재용기자 jyja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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