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 동독 출신 크리스틴 루스크(33)는 통일 후 12년 만에 고향 비텐베르크로 돌아왔다. 고교 졸업 후 일자리를 찾아 서독으로 갔던 그는 비텐베르크에 새로 생긴 관광사무소에 취직했다. 그는 "20년 전에는 경제수준이 좋은 서독으로 일자리를 구하러 갔지만, 지금은 동독도 경제수준이 높아졌다"고 말했다.
1990년 독일 통일 후 일자리를 찾아 서독으로 떠났던 동독인들이 다시 고향으로 돌아오고 있다고 로스앤젤레스타임스가 19일 보도했다. 베를린을 제외한 서독으로의 이주민은 2001년 한해 9만7,535명에서 2010년 2만3,577명으로 급격히 줄었다. 동독에 사회기반시설이 확충되고 일자리가 늘어난 덕분이다. 독일 정부는 동ㆍ서독간 경제격차를 줄이기 위해 1조5,000억유로(2,000조원)를 투입했다. 낡은 건물은 새롭게 변했고, 도로는 늘어났다. 동독의 주요 도시인 드레스덴 라이프치히 포츠담 등은 반도체와 자동차부품 등을 생산하는 제조업 허브로 거듭났다. 젊은이들은 서독보다 학비가 싼 동독 지역 대학으로 몰려들었다.
서독 지역인 볼프스부르크에서 자동차 공장을 운영하던 지크프리트 뷜로(60)는 2000년 고향인 라이프치히로 돌아와 포르쉐 공장을 운영하고 있다. 그는 "동독의 경제사정이 여전히 서독보다는 좋지 않지만, 안정적인 일자리만 있다면 물가가 싸기 때문에 여기를 떠날 이유가 없다"고 했다. 동독의 임금 수준이 서독보다 17% 정도 낮지만 물가를 감안하면 큰 어려움이 없다는 것이다.
고향에 대한 향수도 귀향을 재촉했다. 10년전 서독의 보훔으로 갔던 크리스틴 로위(32)는 2월 고향인 켐니츠로 돌아온 뒤 "전보다 돈은 덜 벌지만, 가족과 함께 있을 수 있어 만족한다"고 했다.
강지원기자 styl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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