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일 '안철수 룸살롱'으로 시작해 '박근혜 룸살롱'에 이어 '박근혜 콘돔'까지 뜬금 없는 검색어들이 국내 최대 포털사이트인 네이버의 실시간 검색순위를 점령했을 때(본보 8월21일자 1ㆍ5면 기사 참조), 2위 포털인 다음은 평온했다.
물론 다음에서도 박근혜 안철수 등 정치인들의 이름이 검색 상위순위에 오른 건 마찬가지였다. 다만 룸살롱이나 콘돔 등 단어는 회사측에 의해 삭제돼 찾아 볼 수가 없었다. 구글에는 아예 실시간 검색순위라는 것이 없었다. 결국 네이버만 아수라장이 된 셈이다.
이는 네이버만의 독특한 검색정책이 낳은 결과다. 물론 이번 혼란은 네티즌들이 제기한 음모설과 여기에 특정 후보를 지지하는 세력의 가세로 검색순위가 엉뚱한 방향으로 흘러갔기 때문이지만, 네이버의 검색정책이 그 빌미를 제공했다는 지적은 피할 수 없게 됐다.
먼저 포털사이트 검색창에 논란이 됐던 '박근혜 콘돔'을 입력해보자. 네이버에선 아무 제한 없이 검색 결과를 보여준다. 콘돔 자체는 성인인증을 요구하는 단어이지만, '박근혜 콘돔'은 올 봄 한 콘돔업체가 '박근혜 테마주'로 부각돼 언론에 기사화되면서 네이버는 성인인증대상에서 이미 해제한 상태였다. 네이버는 기사화가 됐거나 검색량이 일정 수준이상으로 늘어난 키워드는 '알 권리'차원에서 '봉인'을 풀고 있다.
다음에선 검색창에 '박근혜 콘돔'을 치면 기사화나 검색 량에 관계없이 성인인증을 요구한다. 다만 성인인증절차(주민등록번호입력)를 거치지 않아도 '클린 검색결과보기'란 항목을 클릭하면 유해 컨텐츠를 제외한 검색 결과, 즉 주로 언론에 보도됐던 기사들이 뜬다. 구글에서 '박근혜 콘돔'을 검색하면 아예 필터링된 내용만 검색결과로 나온다.
실시간 검색어나 연관 검색어 자동완성 기능 등에서도 차이가 드러난다. 3사 모두 개인정보나 명예훼손, 음란 검색어를 제한하는 기준이 있다.
하지만 여기에서도 네이버는 '알 권리'차원에서 예외를 둔다. 이를 판단하는 운영팀이 24시간 가동되는데, 돌려 말하면 이들의 주관에 의해 결과가 달라질 수 있는 것이다. 네이버 관계자는 "전날 룸살롱 등의 단어가 그대로 노출한 것은 이 팀이 결정한 것"이라며 "만약 관련 검색어를 삭제했더라도 똑 논란은 있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다음은 주관적인 요소를 최대한 배제한다. 전날 실시간 검색어에서 '룸살롱'등의 표현이 빠진 것도 사람의 판단 아닌 자동 필터링 기능에 의해서다.
구글은 아예 실시간 검색어 순위라는 것이 없다. '핫 토픽'코너를 통해 그날의 이슈를 정리해주는 정도다. 구글 관계자는 "구글의 검색은 200개의 알고리즘에 의해 완성되는 것으로 유해성 키워드는 원천 차단되며 인위적인 개입의 가능성은 전혀 없다"고 말했다.
물론 아수라장이 되었다고 해서 무조건 네이버의 검색정책이 잘못됐다고 비난할 수는 없다. 네이버 관계자는 "사회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에 대해 있는 그대로 보여주는 것이 포털의 역할이라는 게 우리의 철학"이라고 말했다. 이에 비해 다음은 '객관성', 구글은 '투명성'을 강조한다.
논란이 커지자 결국 네이버도 검색정책을 바꾸기로 했다. 김상헌 네이버 대표는 이날 "유해성 단어에 대한 성인인증은 현행대로 유지하되 보도된 기사는 성인인증과 상관없이 노출되도록 개편키로 했다"면서 "뉴스기사가 가장 신뢰할 만한 콘텐츠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사실상 다음이나 구글 방식을 따르겠다는 얘기다.
유환구 기자 redsun@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