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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춘기 자녀·부모 "몸에 대해서 마음으로 소통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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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춘기 자녀·부모 "몸에 대해서 마음으로 소통해요"

입력
2012.08.20 12: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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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가 못해줘서 은희한테 너무 미안해. 많이 힘들었을 텐데…."

"엄마 마음 다 알아요. 그러니까 울지마."

엄마 최영주(가명ㆍ41)씨는 딸 이은희(가명ㆍ12)양과 눈을 맞추자마자 눈물부터 쏟았다. "혼자 컸다"는 딸에 대한 미안함 때문이다. 최씨는 4년 전 이혼했다. 그로부터 쭉 이 양은 전 남편과 함께 지냈다. 아빠는 늘 바빴고, 이 양은 방치됐다. 밖으로만 돌던 딸에게 지난 6월 불미스러운 일이 닥쳤다. 그렇게 해서 두 모녀가 다시 한 집에서 살게 된 지 한 달 남짓 됐다.

떨어져 있을 때 한 달에 2, 3번 이 양을 만났다는 최씨는 "아직 어려 성에 대해 잘 모르는 딸에게 옆에서 누가 얘기해주는 사람이 있었다면 좋았을 텐데"라며 "똑똑한 아이니까 나쁜 일은 절대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했다"고 안타까워했다.

18일 서울 영등포구 아하!서울시립청소년성문화센터(이하 아하 센터) 지하. '그 일' 이후 성에 대한 올바른 지식과 몸의 소중함을 알려주고 싶은 바람에서 최씨는 딸과 함께 아하 센터의 성교육 프로그램 '부모와 함께하는 사춘기로의 여행'에 참여하게 됐다.

이날도 성에 눈을 뜨기 시작하는 아이들의 눈높이에서 대화하는 법을 배우기 위해 온 부모들이 많았다. 초등학교 5학년 아들과 함께 온 배한경(43ㆍ경기 용인시)씨는 "사춘기에 접어드는 아들이 그 기간을 잘 넘기고, 부모로서 잘 지원할 수 있도록 준비를 해야겠다 싶어 왔다"고 말했다. 아하센터 어린이성교육팀 김혜미씨는 "참석 이후 만족도는 부모 쪽이 오히려 더 높다"며 "참석한 다른 부모들도 비슷한 문제를 안고 있다는 사실을 알면서 공감대 형성도 하고 많이 열려서 간다"고 말했다.

매월 셋째, 넷째 토요일 두 차례 진행되는 이 프로그램은 부모와 자녀가 언어를 사용하지 않고 몸동작으로만 소통하는 '몸소통 프로그램'으로 문을 연다. 서로 가슴에 귀를 대고 누워 심장소리를 듣거나 상대방의 몸을 원하는 대로 움직여 조각상을 만드는 활동 등을 1시간 반 동안 하게 된다. 최씨는 딸의 몸을 '가족'으로 조각했다. 그는 "딸이 늘 혼자였지만 이젠 엄마도 있고, 오빠도 있고 더 이상 외롭지 않게 하겠다는 것을 표현했다"고 말했다. 이후에는 아이들과 부모들이 따로 '사춘기 교육'과 '부모 성교실'수업을 받는다.

교육이 끝난 후 최씨는 "딸이 평생 죄책감에 시달리고 후회하며 살까 봐 그게 가장 걱정됐다. 괜찮다고, 네 잘못이 아니라고 얘기해주고 싶다"며 "모처럼 딸과 같이 시간을 보낼 수 있어 좋았다"고 말했다. 이양도 "처음에는 이런 곳에 오는 게 귀찮다고 생각했는데 또래 아이들과 어울리다 보니까 재미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아하센터는 25일에는 사춘기의 성 정보와 또래 성폭력 예방 수업과 함께 부모들이 자신의 성 가치관을 점검하고 질의응답하는 시간을 갖는다. 참가문의는 02-2677-9220

권영은기자 you@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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