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권 담합여부를 조사중인 양도성예금증서(CD) 금리의 대안으로 투 트랙 방식의 개선안 도입이 유력해졌다. 단기적으로는 기업대출과 일부 신용대출 등에 CD 금리를 대신해 단기 코픽스(COFIXㆍ자금조달비용지수) 금리를 적용하고, 장기적으로는 CD 금리 폐지보다는 금리 산정절차 등을 개선해 활성화를 유도해 개선을 꾀하겠다는 방안이다.
김영도 한국금융연구원 연구위원은 20일 서울 명동 은행회관에서 열린 '단기지표금리 개선 방안 마련을 위한 토론회' 주제발표를 통해 "단기 코픽스 등 새 단기지표금리를 도입하는 방안과 함께 CD 금리 산정 방식의 개선ㆍ활성화 등으로 금융시장 충격을 최소화하는 '투 트랙' 접근으로 의견이 모였다"고 밝혔다. 지난달 구성된 단기지표금리 개선을 위한 관계기관 합동 태스크포스(TF)는 단기코픽스 도입과 단기지표금리 개선 등에 대한 의견 수렴을 마쳤으며 22일 발표할 단기지표금리 개선 방안에 담을 방침이다.
새로운 변동금리 대출 기준금리로 검토중인 코픽스는 국내 9개 은행이 제공한 자금조달 관련 정보에 기초해 산출되는 지수라, 은행의 실제 자금조달비용이 반영된다는 장점이 있다. 다만 기존 코픽스가 한 달에 한번만 발표되는 탓에 단기 자금시장 상황을 제때 반영하기에는 한계가 있다. 이날 토론회에서 최용호 금융위원회 과장은 "단기 코픽스는 고시주기를 한 달이 아닌 일주일 또는 더욱 짧게 하는 방안을 마련 중"이라며 "장기대출자는 잔액기준 코픽스나 고정금리로, 단기 대출자에는 대출 성격에 따라 금리를 정하는 쪽으로 유도하려 한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단기 코픽스'는 산출하는 데 쓰일 조달 자금의 만기를 현행 코픽스(만기 9개월)와 달리 3개월 정도로 정할 것으로 보인다. 또 만기가 짧아지는 만큼 현행 코픽스보다 금리가 소폭 내려가는 장점을 기대할 수 있다. 김 연구위원은 "단기코픽스 도입으로 대출 기준금리는 기존 코픽스보다 낮아지고, CD금리보다 0.1%포인트 정도 높아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CD 금리는 폐기가 아닌 활성화를 모색하는 방향으로 의견이 좁혀졌다. 현재 전체 은행 변동대출 잔액의 30% 정도가 CD금리에 연동돼 있어 폐지 시 기존 계약 청산 등 문제점이 따르는 점이 고려됐다. CD 발행이 없는 날의 경우는 은행채, 은행예금금리 등 유사상품을 참고해 금리를 제시하는 가이드라인이 제정되고 ▦ 감독상 보고 근거 마련 ▦객관성과 공정성 확보를 위해 보고회사 확대 ▦CD발행 감소의 가장 큰 원인이었던 예대율 규제 개선 등이 시행될 예정이다. 김 연구위원은 "CD금리가 폐기되면 국내 금융시장 상황을 파악하지 못하는 외국인 신뢰도 하락이 예상되는 등 득보다 실이 많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투 트랙으로 단기지표금리를 개선하는 방안도 논란 여지는 적지 않다. 우선 CD 금리를 활성화할 경우 여러가지 한계점이 있는 단기 코픽스를 도입할 필요가 없다. 이날 토론자로 나선 강경훈 동국대 경영학과 교수는 "자본시장 육성 측면에서 새로운 금리 체계를 도입하는 것보다 CD금리를 살리는 방향이 돼야 한다"고 말했으며 김태호 UBS 전무는 "CD를 발행하지 않는 것은 자동차를 팔아놓고 부품을 안 파는 것이나 다름이 없다"고 주장했다.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CD 금리가 최소한 수준에서 명맥만 유지된다면 자본시장에선 지속적으로 단기시장지표로 사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CD 금리처럼 단기 코픽스도 공정성 부분에 문제가 있을 수 있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김 연구위원은 "CD는 은행이 발행하고 증권사가 공시했지만, 코픽스나 단기 코픽스는 수신금리와 대출금리가 모두 은행에서 이뤄지므로 공정성을 확보하는 방안이 요구된다"고 촉구했다.
박관규기자 ace@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