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수뇌부가 새누리당 공천헌금 의혹 사건을 부산지검에 배당했을 때 정치권 안팎에서는 "이런 중요한 사건을 서울중앙지검이 아닌 지방 검찰청에 맡기는 건 수사 축소 시도가 아니냐"는 의문이 제기됐다.
그래서일까, 부산지검은 수사 초기에 "공천헌금 3억원이 오고 간 과정에 포커스를 맞추겠다"며 철저한 수사를 다짐했다. 현영희 의원과 현기환 전 새누리당 의원 등 관련자에 대해 전격 압수수색을 벌이는 등 발빠르게 움직였다. 이때만 해도 진상 규명은 시간 문제로 보였다.
하지만 검찰이 선관위 고발로 공개 수사에 착수한 지 2주일이 넘었는데도, 사건의 실체가 명쾌하게 풀렸다고 보는 사람은 드물다. 오히려 검찰이 미적거린다는 오해까지 받고 있다. 이렇게 된 데는 검찰도 나름의 속사정이 있을 것이다. 실제로 현금이 오고 간 사건은 계좌추적이 어렵다. 또 공천헌금 중간전달자로 구속된 조기문 전 새누리당 부산시당 홍보위원장이 입을 닫고 있어, 현 의원과 현 전 의원이 입을 맞추면 진실은 미궁에 빠질 수도 있다.
그렇다고 해도 이 사건에 대한 검찰의 수사는 '3억원의 종착지'가 아니라, 수백만원대 차명 후원금 같은 현 의원의 개인비리 주변만 빙빙 맴도는 모습이다. 수사 의지가 시간이 갈수록 옅어지고 있다는 인상을 지울 수 없다. 최근 브리핑에서 부산지검 관계자는 "현 전 의원에게 돈이 전달됐다는 것은 어디까지나 제보자 정동근씨의 추측"이라고까지 말하며 발을 빼겠다는 듯한 모습을 보였다.
검찰은 박희태 전 국회의장 돈봉투 살포 사건 수사, 국무총리실 민간인 불법사찰 사건 수사에서도 처음에는 '사즉생'의 각오를 밝혔다가 나중에는 "물증이 없다"며 꼬리를 내렸다. 검찰이 여당 앞에만 서면 용두사미가 되니 국민이 그 공정성과 수사 의지를 의심하게 되는 것이다. 이번도 마찬가지다. 부산지검은 '배달사고'든, '성공한 공천 로비'든 진상을 명백히 밝힌다는 각오로 수사해야 한다. 그것만이 민감한 사건을 '시골 검찰'에 보내 뭉개려 했다는 세간의 모욕적 시선에서 벗어나는 길이다.
사회부=이성택 기자 highnoo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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