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원한 라이벌 삼성전자와 소니가 또 한번 '숙명의 승부'를 앞두게 됐다.
10년전만해도 소니는 글로벌 전자산업의 제왕이었고 삼성전자에겐 '멘토'나 다름없었다. 하지만 TV 휴대폰 반도체 LCD 등 IT 전분야에서 이제 삼성전자에 밀려나게 됐는데, 공교롭게도 양사는 의료기기 분야에서 일전을 벌이게 됐다.
19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히라이 가즈오 사장 취임(4월) 이후 의료부문 중점 육성 계획을 밝힌 소니는 하반기에 들어서며 투자에 속도를 내고 있다.
이와 관련, 소니는 최근 온라인 게임과 광고가 주력인 '소네트엔터테인먼트'(이하 소네트)를 100% 자회사로 전환키로 결정했다. 이를 위해 소네트의 지분 58.18%(611억엔 상당)를 매입할 예정이다.
소니가 소네트를 완전 인수하려는 건 그 자체 보다, 소네트가 대주주(지분 55.9%)로 있는 인터넷 제약ㆍ영업 서비스업체인 'M쓰리'의 경영권을 확보하기 위해서다. 소니 관계자는 "M쓰리의 지분 확보로 소니는 향후 의료 및 제약, 정보 서비스 시장 진출이 가능해질 것"이라고 전했다. M쓰리는 일본 내 의사 28만명 가운데 70% 이상인 20만명의 회원을 대상으로 의약품 정보 서비스를 하고 있다.
소니는 세계 내시경 시장 1위 업체인 올림푸스의 지분(10%ㆍ500억엔 규모) 인수도 서두르고 있다. 올림푸스는 지난해 발생한 분식회계사건으로 심각한 경영위기에 빠져 있는데, 현재 소니가 구원투수로 나선 상태. 업계 관계자는 "소니가 올림푸스 지분을 가지려는 건 당연히 올림푸스가 보유한 의료기기 기술 때문"이라고 말했다. 소니는 이와는 별도로 의료기관용 현미경에 연결 가능한 3차원(3D) 카메라를 자체 출시하기도 했다.
소니는 현재 의료기기 분야에 사실상 미래 운명을 건 상태다. TV LCD 등 전자분야에서 삼성전자에 완패했고 앞으로도 삼성전자를 제칠 가능성은 희박한 만큼, 의료기기에 총력전을 편다는 구상이다. 히라이 가즈오 소니 사장은 지난 4월 취임식에서부터 "중장기적으로 의료 부분 사업 규모를 1,000억엔대로 육성할 계획"이라고 선언한 상태다.
그런데 의료사업은 삼성전자 역시 '미래신수종'사업으로 총력전을 펴는 분야다. 삼성전자는 2010년말 의료기기업체인 메디슨을 인수, 삼성메디슨으로 사명을 바꾼 이후 이달 1일부터 기존 메디슨의 해외 법인 8곳을 삼성전자 현지 법인에 흡수시켰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삼성메디슨의 해외 법인을 삼성전자의 현지 법인에 통합한 것은 삼성전자의 유통망과 브랜드 파워를 하루 빨리 의료기기 사업에 접목시키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지난 달부터는 회계와 생산, 재고 주문 업무 등을 지원하는 삼성전자의 글로벌 전사적자원관리시스템(ERP)도 삼성메디슨에 구축돼 운영되기 시작한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전자는 오는 2014년 MRI CT 등 고가의 대형 의료장비 시판 계획까지 세워놓고 있다. 현재 삼성그룹의 의료기기 사업은 삼성전자가 엑스레이와 혈액검사기, MRI, CT 등을 맡고 삼성메디슨이 초음파진단기기를 전담하는 방식으로 진행 중이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삼성전자가 보유한 최신의 IT 전자 기술들을 의료기기에 융복합시켜 고객이 요구하는 새로운 트랜드를 만들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업계 관계자는 "고령화 시대를 맞아 의료기기는 가장 성장성이 큰 분야"라며 "삼성전자가 지금의 기세를 몰아 이 분야에서도 승리를 거둘지, 소니가 절치부심 역전에 성공할 지 흥미진진한 대결이 예상된다"고 말했다.
허재경기자 rick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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