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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35 앞에만 서면 작아지는 방사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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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35 앞에만 서면 작아지는 방사청

입력
2012.08.19 17: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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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려 8조원어치의 전투기를 팔려고 하면서 기술은커녕 일감조차 넘기지 않으려는 미국 업체를 정부가 되레 감싸고 돌아 빈축을 사고 있다. 차기전투기(F-X) 3차 사업 입찰에서 경쟁 중인 다른 업체들이 조립라인을 세워주고 생산 일감도 주겠다는 제안을 한 반면 F-35A 개발 업체인 미 록히드마틴사만 국내 업체에 투자를 요구하고 있는데도 정부가 대신 투자 권유에 나서 "지나친 저자세"라는 비판이 일고 있다.

19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한국방위산업진흥회는 지난달 30일 'F-X 사업 산업협력(IP) 참여 희망 업체 파악'이라는 제목의 공문을 전 회원사에 보내 "F-35A 60대 분의 동체 및 날개 조립, 엔진부품 제작 등에 투자할 업체는 8월 7일까지 서류를 제출하라"고 촉구했다. 공문 배포는 방위사업청의 요청에 따른 것으로, 총 4억5,750만달러(약 5,200억원) 규모의 투자 참여를 독려하려는 취지다. 방산진흥회는 대한항공, 삼성테크윈, 기아자동차 등 국내 방산업체 250여곳이 가입된 이익 단체다.

하지만 투자의 실익이 거의 없어 업계에서는 시큰둥한 반응 일색이다. 한 관계자는 "기체 조립과 엔진 제작이 핵심 기술을 얻을 수 있는 분야가 아닌 데다, 60대 생산 참여로 거둘 수 있는 매출도 1조~2조원에 불과해 채산성이 맞지 않는다"고 했다. 다른 업계 관계자는 "달랑 3쪽에 예상 매출 등 의사결정의 근거로 삼을 자료가 전혀 없는 등 5,000억원 투자 요청 공문치고는 너무 무성의하다"고 지적했다.

애초에 기술이나 일감을 이전하는 절충교역을 거부하고 산업협력이라는 방식으로 투자를 요구한 것도 3개 경쟁 업체 중 록히드마틴이 유일하다. 미 보잉사(F-15SE)와 유럽항공방위우주산업(유로파이터 타이푼)은 절충교역의 하나로 판매 품목의 생산량 일부를 이전하겠다고 제안했다. 통상 시설 투자까지 판매하는 측이 맡는 관행에 따라 유로파이터 측은 전투기 최종 조립라인을 세워주겠다는 약속까지 한 상태다. "절충교역이 현찰이라면 산업협력은 언제든 부도 날 수 있는 약속어음"이라는 게 군사전문지 디펜스21플러스 김종대 편집장의 비유다.

전문가들 사이에선 정부가 특혜를 주려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김 편집장은 "산업협력은 방사청이 기술ㆍ물량 이전을 꺼리는 록히드마틴을 배려해 절충교역 원칙을 어겨가면서 제안요청서에 포함시킨 것"이라며 "그것도 모자라 F-35A 측에 점수를 주려고 국내 업체들을 대상으로 '묻지마 투자'까지 강권하고 있다"고 말했다.

정부는 핵심 기술 획득 측면에서 산업협력이 물량 이전보다 더 유리할 수 있다는 의견을 밝히고 있다. 방사청 관계자는 "파는 쪽에서 물량 배분에 들이는 비용이 커질수록 국내에 이전되는 핵심 기술은 줄어들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권경성기자 ficcione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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